한국은행이 한동안 본관 건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통합별관공사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며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합별관공사와 관련해 조달청과 협의하고 있다.
법원이 12일 계룡건설에서 조달청을 상대로 낙찰예정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새로운 입찰공고를 내려던 조달청의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15일에는 삼성물산의 낙찰예정자 지위인정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국은행과 조달청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관련된 이의신청을 포기하고 계룡건설에 별관공사를 맡기는 방향으로 잠정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현재 삼성본관 건물에 세들어 월 13억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 처지에서 보면 조달청에 공사발주를 위임한 것 자체에 문제는 없으나 공사가 지연될 수록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게 될 수 있다.
통합별관공사 준공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원이 이번 가처분과 관련 결정을 통해 조달청의 낙찰예정자 결정을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도 계룡건설이 공사를 맡을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조달청에 소송 등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의견은 이미 전달한 상태”라며 “어떤 의견을 전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합별관공사는 돌고 돌아 결국 계룡건설이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한국은행 통합별관공사 자체가 30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착공되더라도 2022년이 지나야 한국은행이 본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3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룡건설과 삼성물산의 본안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공사 진행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통합별관공사 착공이 2년 넘게 미뤄진 주된 이유는 조달청, 감사원, 법원이 번갈아 가면서 엇갈린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공사의 발주를 조달청에 맡겼고 조달청은 2017년 12월 계룡건설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낙찰가격이 문제로 작용했다. 계룡건설이 써낸 입찰가격은 2932억여 원으로 예정 입찰가격 2829억여 원보다 3억 원 정도 높았다.
다만 계룡건설이 써낸 관급금액은 528억여 원으로 예정 관급급액이 659억 원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체 입찰평가금액은 예정 입찰평가금액을 넘지 않았다.
다른 입찰 참여자인 삼성물산은 이의를 제기했고 감사원은 조달청을 감사한 뒤 예정 입찰가격을 초과한 입찰가격을 써낸 사업자를 낙찰예정자로 선정한 것이 국가계약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이 써낸 입찰가격이 계룡건설의 입찰가격보다 589억 원이 더 적은 데다가 관급가격까지 고려하면 계룡건설을 낙찰자로 선정하면서 462억 원의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의 이후 결정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를 더 미뤄지게 만들었다. 차순위 낙찰예정자인 삼성물산을 낙찰예정자로 선정하지 않고 입찰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이에 반발해 계룡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낙찰예정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계룡건설의 낙찰예정자 지위 유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입찰공고의 내용과 조달청의 다른 계약 사례 등을 고려하면 전체 입찰평가금액이 예정 입찰평가금액을 넘지 않는 한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관련 소송이 모두 마무리되면 조달청 등에 손해배상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조달청이 전문성과 공신력이 있겠다 생각해 공사를 맡겼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일단락되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7년 6월부터 본관과 1,2별관을 비우고 삼성본관, 소공동 별관, 강남 본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1,2별관을 통합별관으로 새로 짓고 본관을 새단장해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은 통합별관공사를 마치고 2020년 6월에 한국은행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새 건물에서 치를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