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대출의 위법성을 놓고 행정소송으로 더 다툴까?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대출이 위법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 여러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정 사장이 행정소송을 검토할 수도 있다.
27일 증권업계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대출이 부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로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 5천만 원을 부과할 것을 확정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안대로 의결한 것이다.
이번 징계를 받아도 한국투자증권은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대출이 위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 사장이 행정소송을 검토할 여지는 남아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해 개인 대출이 아닌 특수목적법인(SPC) 대출이고 이미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거래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앞서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가벼운 수준으로 결정한 뒤에도 태평양 등 법무법인 3곳을 통해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발행어음 대출이 부당했다는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투자증권은 여러 부담을 안게 된다.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처음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꼬리표를 달게 돼 앞으로 발행어음사업에 이전과 같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울 수 있다.
발행어음시장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 다른 증권사와 경쟁할 때마다 계속 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이미 자질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말 10조 원에 이르는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발행어음 대출이 위법이라는 결론이 나자 한국투자증권에 이를 맡기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차기 주간운용사로 계약하는 데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며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금을 운용해야 할 주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대출의 위법성을 인정하면 결국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 1673억 원을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16차’와 총수익스와프(TSR)계약을 통해 최 회장 개인에게 부당하게 대출했다는 뜻이 된다.
키스아이비제16차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19.4%을 실제로는 최 회장이 보유했다는 주장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되는 셈이다.
이 지분이 최 회장의 소유로 인정되면 SK실트론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이미 특수목적법인, TRS계약 등을 통해 SK실트론 지분 10%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회사가 200억 원 이상 또는 연 매출의 12% 이상을 내부적으로 거래하면 규제대상이 된다. SK실트론은 현재 비상장 회사다.
물론 정 사장이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11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에 발목이 잡히면서 발행어음은 물론 다른 사업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7개월여 만에 겨우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안의 결론이 난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걸면 이 사안이 더욱 장기화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로부터 공식적으로 결과를 통보받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단계”라며 “공식 통보를 받은 뒤 행정소송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