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해양 플랜트 수주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박 사장은 1분기까지 삼성중공업을 수주 1위로 이끌었으나 과거 매출을 주도했던 해양플랜트 수주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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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저유가 국면이 길어지면서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해양플랜트 발주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사업구조를 해양플랜트에서 선박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1~4월까지 모두 25억 달러, 20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해양플랜트는 전무하다.
삼성중공업의 매출구조도 해양플랜트에서 선박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중공업 수주잔고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양플랜트에 사업역량을 집중했으나 최근 들어 해양플랜트사업은 힘을 잃고 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32억 달러로 2013년 89억 달러의 35% 수준에 그쳤다. 전체 수주 감소액 60억 달러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액이 57억 달러를 차지했다.
올해 아예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은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기존 계획된 프로젝트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 “유가가 낮아져 해양플랜트가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당분간은 석유 메이저들이 심해저 개발을 계속할 만큼 유가가 오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원도 “석유 메이저가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있어 올해까지 발주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발주가 있을지 가봐야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해양플랜트라는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선박수주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박대영 사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우리 정도 규모의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고용을 유지하려면 최소 150억 달러는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며 “올해 밖으로 직접 선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23억 달러 수주실적을 올리며 업계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없이 선박수주만으로 삼성중공업이 세워놓은 수주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안정적 실적을 올리려면 해양플랜트 물량이 없어서 안된다는 것이다.
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삼성중공업에 대해 “FNLG발주 기대감은 있지만 해양수주 목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대형 생산설비 수주가 필수”라며 “드릴십 침체 속에 해양설비 수주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매출구조가 해양플랜트에서 선박 쪽으로 이동하면서 박 사장이 그리는 삼성중공업 전체사업의 큰 그림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 포트폴리오는 조선소 신설과 합병 등 당면 이슈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지역에 조선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에 조선소를 건설하면 인건비를 줄여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일반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양플랜트 수주가 주춤하면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필요성도 희석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가 합병하려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플랜트 설계능력 강화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3일 “해양플랜트사업 비용이 싸져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