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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C&C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축소와 성장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SK그룹은 8월1일 SK와 SKC&C를 합병해 통합지주사 SK를 출범한다. SK그룹은 지난 4월20일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이후 최태원 회장은 SKC&C에서 SK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으로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일이다.
SKC&C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키운 회사다. 2013년 6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 통과를 전후해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부분 축소됐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SKC&C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4260억 원인데 이 가운데 내부계열사에서 나온 매출이 8780억 원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법안에 따르면 총수나 친족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가 넘고 보유중인 계열사에서 내부거래 매출액이 12% 혹은 200억 원이 넘으면 규제 대상에 오른다.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C&C 지분은 30%를 웃도는 데다 매출도 기준액을 훌쩍 넘는다. SK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합병 이후 내부거래 비중을 현재의 3분의 1 미만으로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SKC&C뿐 아니라 계열사 전체를 놓고 봐도 다른 대기업집단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2일 재벌닷컴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내부거래액이 47조 원으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된 뒤에도 전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위 10대그룹에서 일어난 내부거래액 155조6천억 원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SK그룹은 1년 사이 내부거래액이 17.9%에 이르는 7조2500억 원이 급증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SK그룹은 내부거래가 급증한 데 대해 성장전략에 따라 회사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가 늘어난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SK그룹은 “이번에 늘어난 7조2500억 원 역시 SK에너지 인적분할 등에 따른 자연스런 증가분”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줄이고 일감 나누기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K그룹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SK그룹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집단 역시 최근 들어 여러 이유로 회사분할과 통합 등 재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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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대식 SK 및 SK바이오팜 사장 |
SK그룹이 SK와 SKC&C의 합병 이후 내부거래 비중을 얼마나, 어떻게 줄여나갈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와 SKC&C는 1일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어 통합 SK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 세전이익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두 회사는 IT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등 5대 성장 영역을 육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면 신성장동력을 내세운 사업분야에서 성과가 수반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합병법인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일 “사업지주회사 형태인 SK 합병법인은 IT서비스와 ICT융합, 반도체 모듈을 사실상 직접 사업으로 진행하고 LNG와 바이오사업과 관련해 보유 비상장 지분의 주 모멘텀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룹의 성장 헤게모니가 지주회사로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SK가 성장동력을 장착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인 것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SKC&C에 대해 고배당 성장주가 바이오를 장착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뒤 SK가 주주이익 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사업지주회사의 성장동력을 반영할 것으로 판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