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자체 기술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추격에 대응해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며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22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YMTC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행사에 참석해 '엑스태킹2.0'으로 이름붙인 새 낸드플래시 공정기술을 소개했다.
엑스태킹은 YMTC가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3D낸드 공정 구현방식으로 반도체 밀도를 높여 고용량 메모리의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데 유리하다.
YMTC는 엑스태킹2.0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8월에 처음 선보인 뒤 연말 64단 3D낸드, 내년 128단 3D낸드까지 상용화해 양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상위기업도 128단 3D낸드 양산 계획을 내년으로 잡아두고 있다는 점에서 YMTC는 공격적 목표와 함께 강력한 추격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세계적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정부 차원에서 현지 반도체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무역분쟁에 따른 압박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고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D램 관련된 반도체 기술을 지원하던 대만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술 지원이 사실상 끊긴 데다 중국과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협력도 불안해진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D램이나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중국 반도체기업이 독자적으로 설계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세계 반도체업계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YMTC는 디지타임스에 "그동안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지적재산권을 꾸준히 확보해온 만큼 다양한 고객사 수요에 맞는 3D낸드 제품 공급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중국 정부의 지원이 낸드플래시 분야에 집중될 공산도 크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1위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중국 기업의 진출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YMTC가 중국 전자업체와 서버업체 등을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수요를 빠르게 잠식해 나간다면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낸드플래시공장에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화통신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생산단지에 140억 달러(16조73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 시안의 새 낸드플래시공장 건설을 발표하며 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투자 규모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과 관련해 현재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2기 반도체공장 기공식. |
하지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시안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등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점을 볼 때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투자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충분히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YMTC는 아직 세계 반도체 고객사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한 만큼 초기에는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고객사 기반을 확대해 나가면서 점차 사업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대규모 시설투자로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키우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면 YMTC의 시장 진입은 초반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YMTC의 시장 진입은 전체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