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신한금융투자를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만드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보다 신한금융투자 자본확충에 힘을 실어주는 것인 만큼 김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9~10일 이사회를 열어 1분기 실적 발표 보고안건을 논의하면서 신한금융투자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주부터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와 관련해 사전설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외이사가 최근 오렌지라이프 및 아시아신탁 인수로 신한금융지주의 자본여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에 증자를 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의구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3월 말 기준 127%로 금융당국의 기준치(13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지주사의 출자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 규모와 세부일정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약 6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3월 기준 3조4259억 원으로 지주의 유상증자가 예상대로 이뤄지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조 원대 초대형 증권사 5곳의 뒤를 이어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신한금융지주는 2월에 7500억 규모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이 자금을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파악됐지만 신한금융투자에 먼저 지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중심축을 은행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투자와 안정적 자산운용 기조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의 투자로 옮기겠다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지도 엿보인다.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할 자금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의 지주사 배당금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이 올해 3월 취임하면서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신한금융지주가 이에 화답한 모양새다.
김 사장은 “올해 안에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로 출범했으면 좋겠고 기대하고 있다”며 “5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는 금융 중계회사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이 커져 초대형 증권사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으로선 ‘취임 선물’을 안겨준 신한금융지주에게 그에 걸맞은 성과로 보답해야하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새 사외이사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과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리지 스트래터지 대표 등 자본시장에 밝은 인사들을 영입한 만큼 이들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3번째로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신한금융투자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서더라도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KB증권 발행어음업 인가심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상 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지만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이에 불복한 항고에 대한 서울고등검찰청의 기각 등을 감안해 심사중단 사유로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기소된 윤 회장과 달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