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 수준, 재무 건전성, 지배구조 등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회사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잔액 기준 상위 15개 증권사로부터 우발채무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종합검사와 관련된 자료 요청을 받았는지 내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함검사는 금감원 검사인력 20~30명이 길게는 한 달 이상 한 금융회사에서 머무르며 회사 업무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검사다. 2015년 폐지됐다가 부활됐다.
금감원은 과거와 같이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실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일상적 정기검사와 달리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것 자체가 금감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로서는 종합검사를 받게 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검사 대상에 오를 회사는 3개 내외”라며 “아직 구체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부쩍 종합검사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는 이유는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통해 살펴보겠다고 한 부동산금융을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종합검사에서 중점적으로 검사할 항목 가운데 하나로 우발채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동산금융의 위험성을 꼽았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부채가 아니지만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로 확정되는 채무다. 우발채무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재무상황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자를 위해 채무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받는다. 채무보증은 회계장부에 우발채무로 잡힌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투자금융(IB)부문을 확대하면서 ‘고위험 고수익’사업 비중을 늘렸고 특히 부동산금융을 크게 확대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부동산 경기가 둔화로 돌아서면서 부동산금융의 위험성이 대폭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7~2018년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적극 참여하면서 관련 우발채무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9년부터 ‘부동산금융 전문 증권사’로 불린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최희문 부회장이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보이며 공격적 투자기조를 이어온 결과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에 따라 우발채무 규모도 함께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는 2018년 1분기 4조7천억 원 규모에서 같은 해 4분기 6조6천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2조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도 184.3%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동산금융에 특화돼 있는 데다 우발채무 규모도 커 종합검사 대상으로 이름이 나오고 있다”며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미 시범종합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 종합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