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심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김 회장이 2017년 최순실씨의 자금관리를 도운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에게 승진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받아 고발됐고 아직까지 이 부분의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를 검토할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심사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UBS자산운용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현재 중단되어 있는 상태”라며 “기존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던 사유인 (김 회장의)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야 심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더라도 금융당국이 또 다시 하나금융지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롯데카드 본입찰에서 승리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게 되면 자칫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할 때 경영관리 상태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당국에서 김 회장의 검찰수사가 경영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연될 수도 있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판단이 중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 역시 금융감독원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금감원 임원들과 면담했다. 김 회장이 윤 원장을 찾은 것은 윤 원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만남에서 롯데카드 인수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카드 인수전과 관련해서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살펴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키울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만큼 롯데카드나 하나UBS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를 품에 안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초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국제자산신탁, 동양·ABL자산운용 등 비은행 금융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그룹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 계열 금융지주들이 활발한 인수합병을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그룹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서둘러 확충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