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 중 고액연봉을 받는 이가 많다.
단 전제가 있다. 회사 규모와 거둔 성과에 합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 안팎의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어떨까?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한 곳에서만 103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자산규모가 5조 원을 넘는 대기업 집단 60곳 가운데 단일 계열사에서 퇴직금도 아닌 1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사람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범위를 재계 전체로 넓혀도 계열사 한곳에서 10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경영인은 이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둘뿐이다.
김택진 사장은 모바일게임 ‘리니지M’ 흥행의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리니지M 흥행 등에 힘입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149억 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반면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오히려 후퇴했는데도 이 회장에게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이르는 규모의 보수를 지급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973억 원을 올렸다. 2017년보다 매출은 6%, 영업이익은 28% 줄었다.
이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그동안 대림그룹 다른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와 비교해 보면 더욱 과도해 보인다.
이 회장은 2018년 1월 대림코퍼레이션 집행임원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3월 대림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2017년 보수는 대림산업에서, 2018년 보수는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받았다.
대림산업은 2017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1조 원, 영업이익은 5459억 원을 올렸다. 이 회장은 그해 대림산업에서 20억 원을 받았다.
대림코퍼레이션은 2017년 매출 기준으로 볼 때 4분의 1선에 불과한 규모다. 그런데도 보수는 5배나 받았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도소매, 해운물류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로 대림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인 만큼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대림그룹 관계자는 “대림산업과 대림코퍼레이션의 상여금 지급 기준에 차이는 없다”면서도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뿐 아니라 대림그룹 전반을 지휘한 점이 보수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집단 회장들이 대표이사나 집행임원으로서 책임경영을 하는 계열사에서만 보수를 받는 점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 직원들이 이 회장의 보수를 보며 수긍할지도 의문이다.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는 실적 악화에 지난해 말 비상경영을 선언한 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너는 보수가 5배나 늘어났다.
대림산업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 대화를 위해 추천한 명단에도 끼지 못했다. 재계 내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로 1월 대림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취임하면서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대림을 지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림그룹이 한층 더 발전한 뒤 이 회장이 100억 원 연봉을 받아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