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이 이번에 새로 동국제강 대표이사로 오른 것을 두고 전방산업 부진 등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 경영’의 신호라는 말이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해 전무에서 부사장을 건너뛰고 바로 사장으로 파격 승진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2015년 6월 이후 3년 만인 데다 임동규 부사장을 제쳤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높았다.
김 사장은 1987년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인천제강소 관리담당, 봉강사업본부장, 후판사업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오너 일가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등 인사노무부문에서 과감한 경영 스타일을 보였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8월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부·차장급 사무직원 26명을 권고사직했는데 이를 김 사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은 2017년 12월에도 후판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해 500여 명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동국제강의 영업역량을 극대화하는 데도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15일 주총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종합건설업을 추가했다. 건축용 컬러강판인 '럭스틸'의 가공, 시공 서비스 등 종합 솔루션 판매와 마케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컬러강판은 냉연강판에 아연 등을 도금해 내부식성을 끌어올린 것으로 봉형강, 후판과 함께 동국제강의 3대 주력제품이다. 가공 과정에서 여러 색과 무늬를 입혀 건축 내외장재는 물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도 사용된다.
국내 컬러강판시장에서 동국제강은 점유율 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략제품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그동안 시공에도 직접 간간이 참여했는데 고객들의 시공 요청이 늘어나면서 사업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제품 가운데 컬러강판은 공격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품목"이라며 "회사 내부에 디자인팀을 두고 디자인이나 색감 등을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현재로서는 컬러강판사업을 위해 종합건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향후 건설용 철강재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김 사장은 동국제강의 이런 변화를 이끌면서 영업력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을 잘 아는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포스코나 현대제철보다 덩치가 훨씬 작다보니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영업과 생산을 총괄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동국제강은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행하면서 김 사장에게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맡겼다. 동시에 기존 봉강과 형강, 후판, 냉연 등 주요 제품별로 본사에 사업본부를 모두 없애고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당초 각 제품별로 하던 영업업무를 영업본부로 흡수 통합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영업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조직개편 직후 창립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일하는 방식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연극 사장을 두고 "저돌적 사장이 나온 만큼 함께 힘을 내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인사에는 장세주 회장도 조직 정비를 위해 깊게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욱 부회장의 형인 장세주 회장은 추진력 강한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해 4월 감옥에서 나왔는데 업계에서는 경영복귀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장 회장은 지금도 페럼타워 본사로 매일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공식적 복귀시기인데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은 워낙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유명한 만큼 이후에도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난해 장세주 회장과 역할 분담을 묻자 "회장님은 나의 보스"라며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등 경영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보고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