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3사가 서민금융 지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금융 접근성 개선이라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를 지적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 등 포용금융 확대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3사가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압박에 건전성과 성장성 사이 균형 잡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 등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건전성 관리와 사업 확장 계획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카카오뱅크는 새희망홀씨Ⅱ와 햇살론15 등 서민금융상품 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최저 금리를 연 4%대 중반 수준으로 낮춰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새희망홀씨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 이용이 어려운 금융 소비자를 위한 무보증 신용대출 상품이다. 햇살론15는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하는 대표적 정책서민금융 상품이다.
카카오뱅크는 전날에도 서울신용보증재단 특별출연을 통해 소상공인 대상 보증서대출을 1250억 원 규모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토스뱅크는 이날 압류와 무관하게 최대 25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생계비보호 통장’을 출시했다. 생계비보호 통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로 인터넷은행 가운데서는 토스뱅크가 처음으로 내놨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1분기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 라인업을 확대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 상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구조의 전면적 재설계를 내걸고 포용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인터넷은행들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연이어 금융기관의 공적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금융은 민간영업 형태이지만 국가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바탕한 준공공사업인 만큼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서민금융, 포용금융을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출범하는 금융당국 ‘포용금융추진단(TF)’은 시작부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역할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5월 초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이야기라는 글에서 “인터넷은행의 사명은 ‘체리피킹(좋은 부분만 취하는 것)’이 아니다”며 포용금융 확대의 한 축을 인터넷은행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이은 ‘저격’에 인터넷은행들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대출 공급 관련 규제가 강화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2021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목표를 잔액 비중 기준으로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토스뱅크는 44%까지 중·저신용대출로 채우라는 목표치를 할당받기도 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의 공공성 취약을 지적하면서 공적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 부담을 함께 떠안았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3사의 평균 연체율은 2021년 말 0.26%대에서 2022년 말 0.69%, 2023년 말 0.92%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봐도 0.74% 수준으로 국내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0.50%)보다 높다.
중·저신용대출은 연체율과 대손비용 부담이 일반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과 비교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도 인터넷은행 중·저신용대출 공급 목표를 계속 높이고 있다. 2025년에는 신규 대출 취급 기준이 더해졌고 올해부터는 신규 대출 취급 기준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단계적으로 35%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아직 플랫폼 확대와 신규 서비스 출시, 해외사업 등 공격적 투자 단계에 놓여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 기반도 취약한 만큼 중·저신용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욱 클 수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포용금융 역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중·저신용대출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 추진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위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가계대출 규제 환경, 건전성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성장과 혁신 여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