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케이블TV업체 씨앤앰 매각에 성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씨앤앰의 지역별 사업권을 따로 분리해 매각하는 ‘분리매각’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분 전체를 매각하려던 기존의 ‘통매각’ 기조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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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23일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씨앤앰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가 21일부터 씨앤앰 분리매각 방안이 담긴 인수의향서를 관련 업체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분리매각은 씨앤앰이 보유한 지역별 사업권을 따로 분리해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이 특정지역 사업권만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MBK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는 씨앤앰 지분 93.81%를 모두 매각하기로 한 ‘통매각’ 기조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통매각 방안과 분리매각 방안을 서로 병행하며 다음달 15일까지 예비입찰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병주 회장이 씨앤앰 매각 전 흥행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분리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은 씨앤앰 인수전이 국내업체들의 눈치작전 때문에 빠르게 식자 고민에 빠졌다.
씨앤앰 예비입찰은 지난달 25일 마감됐는데 국내기업은 단 한 곳도 응하지 않았다.
미국의 케이블TV '디스커버리' 등 외국계 기업 4곳이 씨앤앰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법적 제약 때문에 씨앤앰이 외국계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씨앤앰 인수전이 급격히 식은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몸값 때문이다.
김병주 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사모펀드들이 씨앤앰 매각으로 최소 2조6천억 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유료방송시장 관계자들은 씨앤앰의 적정 인수가격을 1조5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최근 유료방송시장의 주도권이 IPTV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을 차려놨는데 먹을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씨앤앰 인수전이 눈치작전을 넘어 무관심으로 흘러간다는 전망이 나오자 김 회장이 다급하게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씨앤앰 통매각과 함께 분리매각이 추진되면 인수전은 다소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을 주요 사업무대로 삼고 있어 매력적인 사업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씨앤앰의 핵심사업지역으로 손꼽히는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를 무대로 한 ‘강남씨앤앰티비’의 경우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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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유선방송채널 '씨앤앰' 로고 |
전문가들은 앞으로 케이블TV업체들이 분리매각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케이블TV 시장점유율 1위 CJ헬로비전과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티브로드 등이 주요 인수후보군으로 거명된다.
IPTV시장 점유율 2위 SK브로드밴드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삼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씨앤앰 인수를 통해 사업구조 개편 초반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공격적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앤엠 분리매각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케이블TV와 IPTV 점유율 상위업체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등과 같은 점유율 3위권 밖의 기업들도 언제든지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