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특화점포를 내세워 영업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서는 점포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 직접적 효과를 내겠지만 ‘은행 지점 폐쇄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금융 소외층 보호를 고민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관계를 고려해 차선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NH농협은행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행장이 상담공간을 강화한 점포 등 전형적 은행 영업점 형태에서 벗어난 특화점포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18년 9월 기준으로 국내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151곳의 영업점포(지점과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어 영업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은 차별화 요소가 없는 기존 영업점을 통해서는 대면채널의 특성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면채널을 이용하는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영업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NH농협은행의 상품 가입에 관심이 많거나 대출 등에 앞서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물어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감수한다.
이 행장은 이러한 고객 특성을 반영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창구를 설계하는 등 상담공간을 강화한 특화점포를 새로 선보였다.
그는 “고객이 편안하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공간에 변화를 줬다”며 “앞으로도 상담창구를 특화한 점포를 꾸준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대면채널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부터 다른 산업과 연계를 통해 영업점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영업점 안에 빵집을 둔 ‘뱅크 위드 디저트’, 편의점과 연계한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와 같은 특화점포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뱅크 위드 디저트 등 특화점포가 고객들에게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특화점포를 통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기에 영업점과 같은 대면채널을 고객 접점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대면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소외층의 보호를 위해 은행의 과도한 지점 폐쇄를 막는 '은행 지점 폐쇄 모범규준'을 준비하고 있다.
이 행장은 일부 지점을 의무적으로 남겨야 할 때 자칫 애물단지로 남을 수 있는 영업점을 특화점포로 만들어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NH농협은행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대면채널 효율화를 위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어얼리뱅크’와 ‘애프터뱅크’도 운영하고 있다. 애프터뱅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어얼리뱅크는 지역 상권에 맞춰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관공서나 상가 인근 점포를 중심으로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점포를 늘리고 있다”며 “탄력점포는 영업점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 모두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