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봉킹'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은행장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는 14년째 연임하며 29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경영책임을 지고 있는 씨티은행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바람도 거세다. 그러나 하 은행장의 연봉은 변함이 없다.
|
|
|
▲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밝힌 연봉 5억 원 이상의 등기임원 연봉 공개 결과를 보면 하 행장은 지난해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에서 28억8700만 원을 받았다. 기본 급여는 7억 원 수준이며 상여금 과 성과보상금 성격의 이연지급보상금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앞으로 받을 예정인 현금보상액도 13억4700만 원에 이른다.
하 행장의 연봉은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28억3300만 원)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26억1100만 원)보다 많다. 동종업계 종사자인 다른 은행장이나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과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벌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은 보통 1년에 13억 원을 받는다. 시중 8대 은행장의 보수도 12억 원이 평균이다. 당장 은행장 연봉 2위인 서진원 신한은행 은행장이 1년 동안 받은 연봉은 13억1천만 원으로 하 행장의 절반 수준이다.
씨티은행의 실적은 해마다 부진하다. 2010년 이후 씨티은행은 매년 수익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2년에 비해 8.1% 줄어든 2191억 원이다. 2011년(4413억 원) 이전보다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 행장은 매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지점의 10% 수준인 수도권 지역 영업점 22개를 폐쇄했다. 서울 강남 등 사람이 많은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 국내 지점은 2012년 말 218개에서 지난해에 196개로 줄어들었다. 지방 지점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직원 수를 씨티은행 650명, 씨티캐피탈 100명 등 최소 750명까지 줄이기로 확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씨티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씨티캐피탈도 수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씨티금융지주 회장이기도 한 하 행장은 다른 경영진과 함께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3~5년 내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돼 하 행장의 연임도 끝난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하 행장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본다. 하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취임한 이래 14년간 은행장으로 일한 국내 최장수 은행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하 행장이 최근 발생한 씨티은행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 경영실적 악화를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내 영업 지점을 줄여 직원들에게 부담을 떠넘긴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 행장이 씨티은행 직원 평균의 약 36배에 이르는 연봉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하 행장의 연봉이 공개된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하 행장의 연봉은 비정규직 10년 차 1명이 받은 연봉을 쓰지도 먹지도 않고 고스란히 100년 간 저축해야 모으는 금액”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어 “하 행장은 경영을 잘해서 사업을 성장시키거나 수익을 많이 내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비용절감을 이유로 취임 이후 세 번이나 직원 600여 명을 내보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