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가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집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의 주택 소유자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무거워지게 됐다.
지역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쓰는 복지제도 수급자들도 이번 공시가격 인상에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시세 15억 이상 주택 보유자 세금 부담 무거워져
국토부는 24일 내놓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세 15억 원(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부동산을 고가 주택으로 취급해 시세 상승분을 많이 반영했다.
이번에 나온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9.13%다. 시세 구간별로 공시가격의 전국 평균 상승률을 살펴보면 시세 15억 원 이하는 5.86%인 반면 15억~25억 원은 21.1%, 25억 원 이상은 36.49%에 이르렀다.
시세 15억 원 이상인 단독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중저가 주택 소유자들보다 훨씬 많은 보유세를 내게 됐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매기는 과세 기준으로 쓰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018년 12억2천만 원에서 2019년 23억6천만 원으로 9.34% 올랐다. 이 단독주택 소유자가 내야 하는 보유세는 2018년 458만 원에서 2019년 687만 원으로 보유세 증가율 상한선인 50% 증가하게 된다.
시세 15억 원 이상인 단독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은 세금 부담이 더욱 커진다. 종합부동산세법이 개정돼 다주택자에 매기는 보유세 증가액의 상한선이 최고 200%까지 높아졌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에 따른 세금 부담도 늘게 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부과에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로 2018년 80%에서 2019년 85%로 올랐고 2022년까지 매해 5%포인트씩 상승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인상폭을 확대해 중저가 주택과 조세 형평성을 맞출 방침을 세웠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도 집값 상승분을 반영해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가 단독주택이 많고 2018년에 집값이 크게 뛰었던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한동안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 있는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17.75%로 전국 평균 9.13%를 2배 가까이 넘어섰다. 특히 서울 용산·강남·마포·서초·성동구의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고가 단독주택이 한동안 많이 건설됐던 경기도 판교·위례·광교·과천시 일대도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량 입주와 대출규제에 이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줄어드는 추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공시가격 인상의 복지제도 영향 최소화 추진
국토부는 24일 브리핑에서 “공시가격 변동이 관련 복지제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면밀하게 분석해 서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건강보험료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복지제도로 꼽힌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는 주택 등에 매겨지는 재산세의 과표 기준으로 구분된 60개 구간의 등급표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등급이 달라지면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가 소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건강보험료도 최대 13%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가 소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30% 올라도 건강보험료의 상승률은 4%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장관은 “시세 15억 원 이하인 단독주택이 전체의 98.3%”라며 “이런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아 건강보험료의 변동폭도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해 보험료에서 재산의 비중을 줄였는데 같은 방안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인 510만 명에게 매달 최고 25만 원을 주는 제도다. 보유한 주택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기준을 공시가격으로 잡는 만큼 일부 노인이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거나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복지부는 공시가격 인상을 반영해 기초연금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선인 ‘선정기준액’을 바꿔 기초연금을 못 받는 사람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마다 선정기준액을 조정하고 있다.
그밖에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연금 등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제도도 조정해 공시가격 인상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