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1-08 15: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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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로 미래 모빌리티(이동성)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다.
8일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의 사전 미디어행사에서 발표한 ‘미래 모빌리티 혁신 고도화 전략’을 통해 자동차 전동화 분야에서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 조원홍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 부사장이 7일 CES2019에서 미래차 시장 선점 목표 3대 핵심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첫 번째 목표로 2020년까지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불과 두 달 전에 니로EV 시승행사때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시점을 202X년으로 다소 불투명하게 제시했는데 이를 최대한 앞당긴 2020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동차 플랫폼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을 조합한 것을 말한다. 차량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요소를 일련화하는 것으로 자동차의 뼈대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여태껏 내놓은 전기차들은 대부분 기존에 쓰였던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생산됐다.
내연기관차 특성에 맞는 플랫폼에 기반하다보니 배터리팩과 모터 등 전기차 구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어려워 활용성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 기존의 플랫폼을 사용하다 보니 공간활용도나 실내외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차이를 보이는 전기차를 개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면 이런 한계들을 한꺼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미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하나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6년 초에 처음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이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에서 탄생한 차량이다.
하지만 초기 플랫폼이다보니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00km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노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새 전용 플랫폼으로 전기차와 연계한 커넥티드카나 자율주행차 분야 등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가상 설계도.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 부사장은 CES 2019의 미디어 행사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 방향성 아래 자율주행 기술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새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해 차를 만들게 되면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차량을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무게와 구조 등을 전기차 특성에 맞게 개발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차가 구현하지 못했던 개인화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빠른 차를 원한다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맞춰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원한다면 높이가 높은 배터리 셀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개인화가 가능하다.
이런 사례를 세계 소비자들에게 확장하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만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다양한 욕구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면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배터리 등 동력계 부품을 교체하거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소형가전과 사무기기 등 외부 하드웨어 기기도 차량에 탑재하는 등 개인화할 수 있다”며 “인테리어 부품과 상품 콘텐츠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뒤 이에 기반한 전기차를 올해 11월부터 본격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테슬라는 순수전기차만 생산하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노하우를 오랜 시간 쌓아왔고 이밖에 제너럴모터스(GM)와 재규어 등도 전용 플랫폼 개발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