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9-01-03 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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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 추영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불법사찰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혐의의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3일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추 전 국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같은 혐의를 받는 최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과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왼쪽)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추 전 국장은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날 선고로 다시 법정구속됐다.
추 전 국장과 최 전 차장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행장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추 전 국장은 이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무력화할 의도로 직권을 남용했다”며 “감찰 대상자인 우병우 전 수석의 사익을 위해 이뤄진 일이며 직원의 일상적 업무를 넘어선 정보활동을 지시한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공작을 한 혐의,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 등은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데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뇌물이 아닌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최 전 차장은 추 전 국장이 불법 사찰을 한 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를 알고도 승인했다는 혐의를 받는데 재판부는 이를 불법사찰 공모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 등을 볼 때 최 전 차장이 우 전 수석의 범행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든다”면서도 “개인적 친분이 있어 통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학교 법대 84학번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이 승인한 보고서만으로 이 전 감찰관의 동향 수집 범위나 방법까지 알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문화예술인들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작성됐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사업은 객관적이어야 할 집행 권한을 정부 비판 억제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해친 것”이라며 “직원들이 지원 배제 대상자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는 업무를 중단할 것을 건의했음에도 계속 위법한 일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