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우리도 기술 탈취의 표적이 됐다”며 “산업기술과 방위산업기술을 이제 지켜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우리는 디스플레이 패널, 미디어가전,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게 됐고 방위산업기술도 글로벌 9위권에 이르렀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총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은 주요 기술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인수합병(M&A) 심사를 강화할 정도”라며 “중국도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맹렬하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7년 산업기술보호법을 제정하고 관계기관과 공조를 확대하면서 기술 유출을 막아왔다.
그럼에도 2013년~2018년 동안 기술을 유출하거나 유출을 시도했다가 적발된 일만 156건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자동차 엔진변속기 등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과 관련된 25건도 포함됐다.
이 총리는 “기술 유출은 외부의 유혹과 내부의 이완으로 이뤄진다”며 “특히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가리지 않고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유출을 막으려면 외부의 유혹을 차단하고 내부의 이완을 막는 동시에 관련된 기술과 설비도 갖춰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보안설비와 전담인력이 부족해 기술이 유출되는 피해를 더욱 많이 보는 만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따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등을 유출하면 기업에 끼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7월에 시행하기로 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일반 산업기술의 유출과 같은 ‘15년 이하 징역형’에서 최소형량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해 처벌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기술 범죄로 얻은 이익과 이 범죄를 통해 늘어난 재산까지 환수하는 쪽으로 범죄수익 은닉규제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정부의 지원 없이 국가 핵심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신고해야 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그전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정부는 기술보호전문위원회와 산업기술보호심의위원회 등을 운용해 기술 탈취 가능성이 있는 인수합병이 국가 안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계획도 세웠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가 핵심기술을 개발한 국내 기업이 외국인에게 인수합병되면 신고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승인제로 강화한다.
현재 12개 분야의 기술 64개로 구성된 국가 핵심기술도 인공지능(AI)과 신소재 등 신규 업종으로 확대한다.
수사기관이 기술 유출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금융거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현행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보기관이 기술의 유출 경위 등을 적극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의 법적 근거도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3월부터 영업비밀침해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적극 활용한다. 산업기술 유출을 신고해서 받는 포상금도 1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으로 늘린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산업기술의 유출 문제가 심각한데도 처벌은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부, 특허청, 법무부 등이 4개 분야 과제 20개로 근본대책을 마련했다”며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