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가 C급 중요 통신시설에 아현국사 분류를 누락한 것은 방송통신발전법 36조2항 위반 사항이라며 과태료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아현국사에 백업시설 등 사후처리 시스템이 구비되지 못했던 것은 애초에 정부가 아현국사를 D등급으로 정해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던 KT에 정부가 등급 분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황 회장은 KT의 책임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없이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보상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정부가 KT의 관리책임을 밝힘에 따라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화재 발생 하루 뒤인 11월25일 황 회장과 함께 화재 현장을 찾아 “A, B, C 등급 등 더 ‘중요한 국사’에는 백업체계가 마련돼 있는데 아현국사는 D등급”이라며 “더 중요한 국사 여부는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기부는 KT가 2015년 아현국사를 원효국사와 통합했을 당시 C등급으로 상향조정했어야 했다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밝혔다. 또 2017년 중앙국사와 통합했을 때나 2018년 광화문국사와 추가 통합 때에도 분류를 수정할 기회는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KT는 지금까지 아현국사에 백업체계 등을 구비해놓지 않은 것을 놓고 아무런 법적 책임은 없지만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피해보상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가 KT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황 회장은 KT가 통신국사에 제대로 된 분류를 하지 않은 책임과 더불어 백업시설을 갖춰놓지 않은 책임까지 동시에 지게 됐다.
피해보상 규모와 관련한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T 불통사태 피해 상인 대책위원회’는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KT의 ‘관리 부주의’를 밝히는 데 노력해 왔는데 정부의 과태료 처분으로 KT의 책임이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공동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16일 피해 상인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KT의 관리 부주의로 포스기기와 신용카드 단말기로 결제할 수 없었고 전화 주문도 받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KT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민사상 불법행위를 인정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어 KT의 관리 부주의를 밝혀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T가 정부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면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민법 특별손해배상규정에 따라 직접적 영업 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도 보상해야 할 수 있다.
노 의원은 “정부의 과태료 처분으로 KT 아현국사 화재가 명백한 KT의 불법에 따른 인재로 결론이 났다”며 “KT는 통신시설 등급 조작 등 국가통신망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하고 더불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제대로 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T가 소상공인 피해보상을 놓고 ‘위로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놓고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셌는데 이제 KT의 그런 표현도 수정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은 위로가 아닌 영업 피해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며 KT의 보상 의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황 회장이 화재 당시 직접 나서서 통신장애 피해를 본 개인과 소상공인에게 신속히 적극적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기지 않는다는 불만도 높다.
KT는 12일부터 일단 소상공인 피해 접수를 받고 사실을 확인한 뒤 대상자와 지급규모를 개별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소상공인들은 KT가 추가 보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집단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강경한 뜻을 내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화재 당시 화재 감지기가 작동한 뒤 10분이나 지체한 뒤 신고를 했고 내부구조를 정확히 몰라 소방대원들이 엉뚱한 곳에 소화액을 뿌리도록 했다는 등의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인재'로 피해가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과태료 부과까지 더해지면서 KT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T의 반론을 듣기 위해 홍보실에 연락했으나 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