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생명과학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부문의 뒤를 이을 중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항암 및 면역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부사장. |
LG화학은 11일 영국의 바이오회사 아박타(AVACTA)와 협력해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11월 면역항암제 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LG화학은 11월 미국의 큐바이오파마(CUE Biopharma)와 손잡고 전임상 및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면역항암제 신약 3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가 최대 4억 달러에 이르고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앞으로 바이오사업은 항암 및 면역질환 분야의 신약 개발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LG화학은 성장 전망이 밝은 부문에 투자해 미래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투자가 성과를 내는 데 꽤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은 생명과학부문을 길게 내다보고 육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최근 맺은 두 차례 계약에서 한 번의 신약 개발로 끝나지 않고 추가적 사업의 여지를 열어뒀다.
아박타와 맺은 계약에 추가 신약 개발을 위한 옵션과 단백질 치료제의 체내 반감기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물질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포함했다. 큐바이오파마와는 개발하고 있는 신약 1개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옵션계약도 맺었다.
LG화학의 생명과학부문 실적은 미미하다 .올해 영업이익 375억 원을 내 지난해보다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가량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LG화학이 생명과학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017년 2770억 달러에서 2022년 45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은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배터리부문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의 실적 개선보다 장기적 계획을 염두에 둔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생명과학부문의 사업을 펼 수 있는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LG화학의 생명과학부문은 2016년 9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6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유셉트를 출시하며 LG생명과학시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LG생명과학은 2015년 내놓은 혼합백신 유펜타가 2016년 세계보건기구의 사전 적격심사를 통과하며 기술력을 세계에 선보였다.
2012년 내놓은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는 2016년 국내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500억 원의 벽을 깬 데 이어 2017년에는 700억 원을 넘어섰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