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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 쉐프들 |
케이블TV가 음식의 욕망을 자극하며 요리 예능프로그램 ‘쿡방’시대를 열고 있다.
tvN ‘삼시세끼’가 마지막회까지 인기몰이를 했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는 지상파의 요리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다.
지상파는 그동안 맛집 소개 위주의 프로그램을으로 시청률을 확보했다. KBS2 ‘VJ 특공대’(2000~), MBC ‘찾아라! 맛있는 TV'(2001~), KBS2 생생정보통(2010~2014) 등이 대표적이다.
지상파는 이런 '먹는 방송'과 함께 이종임 한명숙과 같은 여성 요리연구가가 출연하는 요리방송 이른바 쿡방으로 주부 시청자를 겨냥했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이런 틀을 과감히 깨버렸다.
케이블TV의 요리 예능은 ‘먹방’의 시각적 자극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고 신선한 ‘쿡방’의 형식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케이블TV의 쿡방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 케이블TV가 만들어낸 새로운 쿡방
케이블 채널의 쿡방은 무엇이 다를까?
케이블 채널의 쿡방은 ‘남자 셰프’들이 ‘일상적’인 요리를 한다. tvN ‘삼시세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에 모두 남자들이 요리를 한다.
요리하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여자의 눈에 비친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다. 거기다 케이블TV 채널에 나와 요리하는 남자들은 모두 외모도 입담도 흠잡을 데 없는 훈남이다.
훈남 셰프들의 쿡방과 먹방인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할 뿐 아니라 판타지적 요소와 호감을 형성한다. 특히 여성 시청자는 그들을 보면서 ‘내 남자친구’ 혹은 ‘내 남편’의 이상형을 마음속에 그리고 그 욕구를 해소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기보다 요리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여성 시청자에게 내 남편도 저랬으면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형성된 자연스러운 호감과 관심이 한데 결합해 지금의 쿡방 인기를 일궈낸 것 같다.”
차승원을 내세워 ‘삼시세끼 어촌편’을 연출한 나영석 PD의 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은 100% 자연재료로 전문 셰프 못지않은 요리 실력을 보여줘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차줌마’로 불리며 어느 때보다 단시간에 치솟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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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TV의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먹지' |
차승원이 고추잡채와 꽃빵, 홍합짬뽕은 물론 핫바, 빵까지 뚝딱 해내자 2월 20일 방송분이 시청률이 15%까지 뛰어올랐다. 이날 삼시세끼는 개국 9주년을 맞은 tvN의 역대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신동엽, 성시경 MC가 직접 요리를 하는 같은 채널의 ‘오늘 뭐 먹지?’는 두 남자의 입담과 편안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비전문가 두 사람은 나란히 주방에 서서 한 끼 때울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제작진은 “만만한 음식, 남자들도 할 수 있는 집밥레시피로 구성해 집에서 직접 해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편안함과 일상성에 초점을 맞춰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요리를 잘 못하는’ 신동엽을 보며 자신감을 얻는 남성 시청자가 증가했다.
신상호 PD는 “여성 타깃의 요리 프로그램의 시청층이 과거 50대 이상의 주부층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의 남녀노소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올리브TV는 쿡방을 선도하고 있다.
4년째 방영중인 ‘올리브쇼’는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라는 형식을 만들었다. 올리브쇼는 “아마추어의 맛을 프로의 맛으로 바꿔준다”는 포맷을 들고 나와 최현석을 비롯한 수많은 스타셰프를 발굴한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신상호 PD는 “일상적으로 해먹는 가정식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근사한 요리를 셰프들의 노하우를 통해 쉽고 간단한 레시피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올리브TV가 발굴한 쉐프테이너들이 요즘 활약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매회 4%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요리대결과 토크의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최현석, 샘킴, 정창욱, 미카엘 등의 셰프들과 홍석천, 김풍이 가세해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15분 동안 요리대결을 벌인다.
연출을 맡은 성희성 PD는 “주위에 누구나 알고 있지만 흔한 것,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에 접근하고 싶어 기획하다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시작이 요리는 아니었다”며 “가장 사적인 공간을 공개해 연예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의 재료로 요리대결을 하는 포맷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적인 요리 프로그램에 15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대결이 진행되고 그 장면을 18대의 ENG카메라가 담아내 프로그램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기본은 냉장고 속의 친숙한 재료로 따라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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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삼시세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포스터 |
◆ 케이블TV, 삼포세대의 마음을 건드리다
케이블TV의 쿡방에서 일상적 재료로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을 만들어 내며 의미를 부여한다.
고추장 양념에 토마토를 첨가한 냉면을 만들어 신선함을 선사하고, 만두피를 튀겨 나쵸를 만들면서 남미 여행을 떠올린다.
시청자들은 이런 케이블 채널의 쿡방을 보면서 소소한 행복에 젖어든다. 이제 ‘유명’하거나 ‘최고’가 아닌 ‘내 마음대로 만들어 맛있는 음식’이 좋아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러한 ‘소소한’ 요리에 열광하는 걸까?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케이블 채널 쿡방의 시청자가 ‘삼포세대’임을 지적한다.
삼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층을 말한다. 이 삼포세대가 스스로를 위로할 마지막 탈출구로 요리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삼포세대에 분 요리열풍은 팍팍한 현실을 견디기 위한 자기중심적 작은 사치”라고 봤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삼포세대는 사회적 성취를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 이들”이라며 “대신 그 희망을 내 안에서 찾는 식으로 행복을 찾는 관점을 바꾸기 마련인데 그 실현방법으로 요리를 택한 것은 요리가 자기만족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데다 경쟁없이 성취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경제불황으로 돈과 출세를 포기한 일본의 ‘사토리세대’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적응방식으로 일상 속 작은 행복에 집착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1~2월 전기레인지 등 주방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가 늘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30대를 주축으로 한 남성 소비자 구매 비중이 54%를 기록한 점이다. 이는 2014년 같은 기간보다 77%나 늘어난 수치다. 주방가전 매출에서 남성 비중이 여성보다 높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번가 주방가전 담당 관계자는 “남성 1인 가구의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CJE&M 직장인 요리동호회 관계자는 “20~30대 혼자 사는 이들이 한 끼라도 제대로 해 먹자는 생각을 해 요리강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요청이 많아 최근 남성들만을 위한 요리강좌까지 만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