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23일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부산 금융 중심지 사업을 완성하려면 금융감독원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부산으로 위치를 옮길 2차 공공기관으로 이야기가 나오던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이어 금감원까지 유치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제 2의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어중간한 기관들로는 안되고 산업은행 등 은행 3곳을 비롯해 금융감독원까지 반드시 와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부산이 제 2의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앞으로 부산을 동북아 금융시장의 핵심 도시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1월 ‘서울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부산을 제2 금융 중심지로 지정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세우고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해양금융종합센터,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이 이주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라는 정부의 구상과 달리 10년이 지나도록 부산에 둥지를 튼 '해외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다.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서도 부산·울산·경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BNK금융지주만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 설명회도 1년에 1차례 정도 열리는 형식적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에 서울에서는 해외 투자자를 위한 설명회가 21건이 진행됐고 해외 금융기관 9곳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으로 옮긴 금융공공기관도 본사는 부산에 둔 채 실제 영업활동은 대부분 서울에서 펼치면서 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인지도는 국내외에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오 시장이 기존에 부산으로 옮겨온 공공기관과 어떤 사업과 협력을 해나갈지 고민하기 보다는 새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데만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제적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굵직한 국내 금융기관을 유치해 덩치를 키우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오 시장이 기존에 부산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을 ‘어중간한 기관’으로 표현하면서 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동에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연합뉴스>
정책적 판단에 따라 금융 불모지였던 부산에 어렵사리 둥지를 틀었는데 제도적·정책적 지원은 뒷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산혁신도시 BIFC 입주 이전기관 노동조합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부산국제금융센터로 강제로 옮겨진 뒤 부산시가 이전기관의 정착에 실질적 도움을 준 게 없다”며 “오 시장의 발언에는 부산시와 여당의 오만함과 지독한 지역 이기주의가 뿌리박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협의회는 “금융시장을 향한 무지함을 스스로 드러내고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생떼만 쓰는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전라북도가 제 3의 금융 중심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책은행 유치를 놓고도 경쟁을 펼치게 됐다.
전북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계기로 전북을 연기금과 농생명 특화 금융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식품안전정보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의 이전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은행(SSBT)와 BNY멜론 등이 내년 1월에 전주 사무소를 열기로 하면서 제 3의 금융 중심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초에 외부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용역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구체적 윤곽은 2019년 말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