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김상헌 네이버 사장이 네이버 수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상헌 현 대표이사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김 대표의 재선임은 몇 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김 대표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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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사장 |
김 사장은 2009년 이후 6년째 네이버 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됨에 따라 앞으로 네이버를 3년 더 이끌게 됐다.
김 사장은 법조인 출신이다. 1986년 사법고시를 통과해 1996년까지 판사를 지냈다. 이후 LG 구조조정본부 상임변호사와 LG 법무팀 부사장을 거쳐 2007년 네이버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최근 1년 동안 네이버의 주가를 2배 이상 올리고 시가 총액 순위도 5위까지 끌어올려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년 사이 네이버 시가총액은 약 13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시가총액 순위도 16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해 네이버 규제론이 사회를 휩쓸 때 소신있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2013년 5월 네이버가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이 등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독과점 포털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일명 '네이버 규제법'까지 들고 나왔다.
김 사장은 당시 공개석상에서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은 검색 품질에 대한 이용자의 냉정한 선택”이라며 “독점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 독점에 기인한 독점화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웹툰, 부동산, 검색광고 등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둘러싼 독점 논란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외 소통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7월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방안'을 발표했고 8월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동산 직접 서비스에서 철수했다.
김 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게임, 모바일 분야는 아직 법적 정비가 완전하지 않아 법률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덩치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서비스 출시는 물론 계약과 라이선스, 지적재산권 등 법률적으로 점검할 사안이 많아졌다.
이 의장은 네이버에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 눈에 띈 사람이 바로 김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서울지방법원에서 지적소유권 전담부 판사를 지낸 경험이 있어 적격으로 여겨졌다. 김 사장은 NHN 고문변호사와 경영관리본부 본부장을 거쳐 2009년 NHN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처음 영입되었을 때 김 사장이 법조계와 대기업을 거쳐 과연 자유분방한 인터넷 기업에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도 정보기술(IT) 관련 벤처 기업 쪽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CEO 블로그를 개설해 직원들과 소통도 활발히 했다.
김 사장은 법조인으로서 강점도 충분히 발휘했다. 2007년부터 이미 포털의 대형화와 시장 지배력을 우려하는 사회적 시선이 많았다. 포털의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김 사장은 이런 사회적 움직임에 대해 법률적으로 대처하면서 네이버의 내실과 외형을 함께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이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은 2009년 네이버의 매출은 1조3573억 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2조312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Line)'의 가입자가 3억9천만 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메시전 게임 서비스 '라인 게임'은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가 3억 건을 돌파했다.
김 사장은 지난 21일 열린 주총에서 “올해 라인은 서비스 영역을 넓혀 가입자 수 5억 명을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남미와 유럽 등 지역에 진출해 플랫폼 기반을 확장하고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의 시장 독점적 지위와 그로 인한 폐해는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길게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