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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갑횡포'에 드는 의문, 대한항공 개인정보 관리는 안전한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18-11-21 1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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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만들어진 영화 ‘프리스트’에서는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어린 소녀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신부는 고통 받는 소녀를 구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고해성사 도중 나온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맞는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936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서정진</a> 갑횡포'에 드는 의문, 대한항공 개인정보 관리는 안전한가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비행기 안에서 ‘갑횡포(갑질)’를 부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 회장의 언행을 둘러싼 진위 공방과 별개로 이번 사건이 대한항공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이 유출돼 촉발됐다는 점에서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서 회장은 11월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올라와 있는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다. 대한항공에게는 VIP 가운데도 '톱'급에 속하는 매우 중요한 고객일 수 밖에 없다. 서 회장 정도의 고객이라면 통상 철저한 보안 속에서 관리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서 회장의 기내 행동과 관련된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는 것은 현재 대한항공 고객정보 관리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도 읽힌다. 대한항공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힐 만한 사안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횡포 사건이 터진 뒤 오너 일가의 행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직원들이 '오픈카톡방'을 개설해 내부 고발을 이어가는 등 회사 내부의 결속력과 충성도 역시 약화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횡포와 이번 문건 유출이 직접적 관련은 없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신과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채 조직을 쇄신할 만한 조치 역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런 일상화된 기강해이가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항공사는 사생활과 매우 밀접한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업을 한다는 특성상 셀 수 없이 많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서도 1위 국적항공사로서 정치인, 기업 총수, 연예인 등 수많은 유명인들의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은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에 탑승한다.

대한항공은 현재 내부문건 유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만약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이번 사건이 외부로 공개된 이유가 대한항공의 내부문건 유출이 맞다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신뢰는 완전히 깨지게 된다. 

항공사의 신뢰도는 그 항공사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 탑승자나 일정 등 개인정보나 항공기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외부로 알려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항공사를 선뜻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기업의 오너, 최고경영자(CEO) 등에게는 이와 관련된 신뢰도가 항공사를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연이은 구설수로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보다 하락한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에는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업체 칸타TNS코리아가 7월 발표한 소비자 대상 국내외 주요 기업 평판 조사에 따르면 –50점부터 +150점 사이의 평판 점수에서 대한항공은 –29점을 받았다. 15개 주요 기업 가운데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것은 대한항공이 유일했다. 

대한항공은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7월 발표한 2018년 2분기 대한민국 100대 기업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도 1분기보다 무려 25계단 하락한 36위에 그치기도 했다. 

20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서 회장은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오는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해 이코노미석에 탄 직원들을 일등석 전용 바로 불렀다. 사무장이 이를 규정 위반으로 제지하자 서 회장은 보복성 갑횡포를 했다.

JTBC는 이런 내용이 JTBC가 입수한 대한항공의 내부 문건에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서 회장의 갑횡포와 관련해서는 현재 여러 가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만약 서 회장이 갑횡포를 휘두른 것이 사실이라면 이와 관련된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부에게 자신의 범죄를 고백한 범죄자의 행동이 잘못된 것과 별개로 고해성사 내용을 외부로 발설한 신부에게 다시 자신의 죄를 고백하려 할 사람은 없다.

대한항공이 이번 기회에 내부 정보보안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고 내부문건 유출로 흔들릴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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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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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진짜 기사다
기사잘봤습니다 어느한쪽으로 편중되지않은 요즘보기드문 기사라생각합니다   (2018-11-22 21:53:38)
아름다운사회
기사 내용 대부분 공감합니다. 갑질이 있었다면 잘못이지만 대한항공의 개인정보 유출과 JTBC의 사실 확인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시된 의심스러운 보도는 일정의 기획 작품으로 보이는군요. JTBC...????   (2018-11-22 15:27:40)
김현수
공감. 갑질 잘못이지만 대한항공은 고객 명예를 손상시킬 부분을 마구 유포하고 뒷짐. 타고 싶겠나.   (2018-11-22 08:5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