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가 은행권에서 우수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은행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자 정부가 이를 제한할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KB국민은행(위부터)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기업로고.<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자체 금고를 두고 은행들이 과도한 경쟁을 벌이자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 운영권에 입찰하면서 예금 금리와 지자체에 기부할 출연금 등을 제시하면 지자체가 가장 좋은 조건을 내민 은행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은행을 ‘금고지기’로 선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최근 은행이 지자체에 기부하는 출연금의 액수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지자체 금고 출연금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개 대형 은행은 2014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7개 광역 지자체에 4037억 원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도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출연금을 내고 나면 지자체 금고를 운영을 통해 남는 것이 없는 데도 무리하게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운영함으로써 예상되는 매출을 제시하게 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출연금 규모가 부풀려져 있는 만큼 철저히 따져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은행권의 지자체 금고 경쟁을 두고 지자체, 관련 부서 등과 상의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우려에도 은행권은 지자체 금고 확보를 위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에도 우수 이용자를 대량으로 늘릴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대면 계좌 개설이 어려워지며 은행들이 우수한 신규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자체 금고는 급여 계좌가 연결된 수많은 공무원을 짧은 기간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도 내놓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형 은행들이 새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초지방자치단체 금고까지 넘보면서 지방은행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광주은행은 광주시에서 4개 구의 1금고를 맡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2개 구가 올해 KB국민은행으로 1금고를 변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유치가 출연료 경쟁으로 흘러 가면 지방은행은 대형 은행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며 “지자체 금고가 지방은행의 중요한 수입원인 만큼 이를 두고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