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연준이 매파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서 기정 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이후 인상 속도를 놓고는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준이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음에도 매파적 기조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위원들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담긴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6월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9명이 2026년 안에 최소 1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6월 점도표에서 2026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3.8%로 기존 3.4%보다 0.4%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3개월 전까지 연내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던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뒤집힌 것이다. 2026년 3월 점도표에서는 19명의 위원 가운데 12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7명이 동결을 예상했고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없었다.
|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5월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신 총재. <연합뉴스> |
이처럼 연준이 매파적 기조로 방향을 틀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미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이에 따라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6월12일 ‘한국은행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앞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관건은 7월 이후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봤다. 그러나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국은행 역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 연준이 실제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강달러 환경이 강해질 수 있다”며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요인으로 환율을 보고 있고 실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의 연내 2회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지만 향후 환율 움직임에 따라 추가 인상이나 인상폭 조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27.1원으로 전날보다 13.7원 올랐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파적 기조에도 연준이 실제 연내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향후 기준금리 경로와 관련한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책결정문은 우리가 파악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선제 안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워시 의장이 점도표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그 동안 금융시장이 주목했던 점도표의 의미가 다소 퇴색될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향후 금리 전망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연준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6%로 상향해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를 드러낸 만큼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FOMC 내부적으로 매파 기조가 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기존에는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2026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망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존 연내 동결 전망에서 연내 1회 인상으로 전망을 수정한다”며 “유가의 2차 파급 효과의 정도에 따라 4분기 가운데 1회 인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금의 물가 상승을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6월 FOMC를 통해 연준의 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는 금리 인상이 아닌 연내 동결로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물가 상방 압력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이를 이유로 즉각적 금리 인상에 나설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완화될 것이고 고용리스크는 안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워시 의장이 이번 점도표에 자신의 전망을 반영하지 않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6월 점도표를 보면 19명의 연준 위원 가운데 18명의 전망이 담겼다. 9명이 금리 인상, 9명이 동결·인하 전망을 제시해 절반으로 나뉘었다.
|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
점도표에는 누구의 의견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점도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한 만큼 시장에서는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은 연준 위원을 워시 의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금리 인하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 속에 취임했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6월 FOMC의 성명문과 점도표는 매파적이었다”며 “다만 점도표상 금리 인상과 인하, 동결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워시 의장이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 실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FOMC 결과를 점검하기 위한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연준의 소통 방식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이후 중동 상황 및 국제유가 흐름,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우려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계속 유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