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6-12 16: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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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 폐쇄 검토’를 공개 지시한 이후 혐오표현 사이트에 대한 법적 대응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혐오표현을 어디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지, 플랫폼 사업자에게 어떤 수준의 책임을 물을지, 사이트 전체 폐쇄·차단은 어떤 요건에서 허용할지를 놓고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혐오표현 사이트 법적 대응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혐오표현 사이트 법적 대응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번 세미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혐오·조롱 표현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에 대해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조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국회 차원에서 열린 후속 논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5월24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일베처럼 조롱과 모욕으로 사회분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며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베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관련 입법 필요성은 현행법상 혐오표현 대응의 한계에서 제기된다.
1월6일 개정돼 7월7일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은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재산상태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직접적 폭력·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정보를 불법정보 유형에 추가했다.
다만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혐오표현 정보를 행정규제 대상으로 인정했을 뿐 혐오표현 정보 유통 자체를 별도 형사범죄로 규정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진 가운데 혐오표현 사이트 규제의 근거로 ‘방어적 민주주의’가 강조됐다.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장은 “방어적 민주주의 사상에 입각할 때, ‘선동적 혐오표현’을 ‘공공의 평온에 대한 죄’의 한 유형으로 입법할 필요성,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서의 ‘사이트 전체 폐쇄·차단 조치’의 허용성이 잘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비록 판례는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현행 법규정은 ‘사이트 전체 폐쇄·차단 조치’가 허용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고 있다”며 “법개정을 통해 보다 ‘사이트 전체 폐쇄·조치’가 시정요구 및 시정명령의 한 유형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한 자구로 기술하고, 판례상 인정된 허용요건을 법률에서 명시할 필요 있다”고 짚었다.
국회에는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혐오표현 규제에 대해 입법적 세부사항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덕민 전남대학교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검토했다. 현재 국회에는 △명예훼손죄·모욕죄 특례 신설(양부남 의원안) △선동죄 신설(신장식·최혁진 의원안) △정보통신망법상 ‘조롱·혐오정보’ 형벌 신설(이훈기 의원안) 등이 발의돼 있다.
문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최적의 형사법적 대응은 기존 명예훼손죄의 특례를 두거나 모호한 정보통신망법상 형벌을 신설하여 개별 유통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적 법익인 공공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요건 하에 별도의 ‘혐오선동죄’를 독립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가장 체계적이고 타당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재윤 건국대학교 교수는 “주지하듯이 독일에서는 한국에 비해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2013년 독일 법원은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해 잇따라 엄중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13년 5월22일 발트해 연안도시 로스토크(Rostock)시 검찰은 회원 수 약 3만 명, 게시물 150만 건 이상을 헤아리는 독일 최대 규모의 극우파 사이트 ‘티아치넷(thiazi.net)’ 운영자들을 기소했다. 유대인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올린 혐의다”라며 “이들은 법망을 피해 미국에 서버를 두었지만,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네 명의 운영자가 모두 법원에 출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5월24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 <이재명 대통령 엑스 갈무리>
이현정 독일 엘랑엔 뉘른베르크대학교 교수는 논의를 ‘처벌 강화냐 방치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혐오표현 대응이 ‘처벌 강화냐 방치냐’의 단순 구도가 아니라 ‘규제수단의 계층화’ 문제임을 함께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규제의 계층화를 두고 △폭력·협박·차별행위가 결합된 혐오범죄는 양형강화와 수사기관의 혐오동기 식별을 강화하고 △순수 표현행위의 형사처벌은 증오·차별·폭력 선동 등 중대한 유형으로 한정하며 보호법익·명확성·면책장치를 명시하고 △민사·행정 영역에서는 피해자 구제와 차별금지법제의 조사·시정·구제 절차를 강화하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폐쇄에 앞서 투명성·신고처리·위험완화·반복위반자 제재·절차적 이의제기를 우선하고 △사이트 전체 차단·폐쇄는 명시적 법률근거·사법적 통제·최후수단성·기간 제한·정기 재심사를 전제로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국회에서 가장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으로는 4일 이훈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꼽힌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이어 국회 입법 발의, 정책세미나 개최까지 이어지면서 혐오표현 사이트 규제 논의는 향후 국회 차원의 입법 검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장이 기조발제를 맡고 김재윤 건국대 교수, 임지봉 서강대 교수, 문덕민 전남대 교수, 이현정 독일 엘랑엔 뉘른베르크대 교수,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