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무부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고문과 간첩 조작 등으로 포상을 받은 검사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 등으로 포상을 받은 검사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25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1955년부터 71년 동안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수여된 훈·포장과 표창 2만여 개의 공적 사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 달 시작했다. 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법무부는 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정부 포상 취소 추진 방안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며 "향후 순차적으로 수상자들의 상세 공적 자료를 확보해 서훈 취소 사유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훈법과 정부표창 규정에 따르면, 과거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훈·포장과 표창은 취소될 수 있다.
법무부는 우선 검토 대상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1973년 유신헌법 기초에 참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집행하도록 한 혐의로 2017년에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홍조근정훈장을 사유로 감형을 받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동안 현장 수사관의 고문을 묵인하고 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검사들에 책임을 지우는 것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2018년 이후 거짓 공적을 사유로 고문·간첩 조작 가담자 62명의 서훈이 취소됐으나, 이들 가운데 검찰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3월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출간한 '반헌법행위자열전'에 따르면, 고문 및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검사 49명 가운데 30명은 법무부 추천을 받아 54개의 훈·포장과 표창을 받았고, 이들은 모두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사 청산에 미온적이었던 법무부가 이번에 행동에 나선 계기는 지난 3월 시작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과거사 전수조사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부적절한 정부포상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반 헌법 행위에 가담한 검사들의 서훈을 취소하지 않는 건 인권 수호에 책임있는 검사가 오히려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민에 폭력을 행사하는 걸 격려한 것"이라며 "반 헌법적 범죄나 중대한 국가폭력 행위에 가담했다면 서훈을 박탈할 수 있도록 상훈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