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1공장 가동을 앞두고 '수주 물량 확보'라는 최대 과제에 직면했다.
지난해 말 바이오사업 전면에 나선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가 1공장의 상업화 물량을 얼만큼 확보하느냐가 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올해 8월 완공을 목표로 인천 연수구 송도에 1공장을 짓고 있다. 사진은 송도 1공장 모습.
17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호텔롯데와 롯데지주를 상대로 약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송도 1공장 완공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송도1공장은 올해 8월 완공된 뒤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 절차를 거쳐 내년 초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공장이 지어지는 속도와 비교해 일감 확보 소식이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중심으로 위탁생산(CMO) 경험을 쌓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대규모 상업화 물량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차례의 수주 소식도 상업화가 된 의약품이 아니라 임상 단계 물질을 생산하는데 몰려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임상용 물량으로 트랙레코드(실적)를 쌓고 있다. 다만 공장 가동 직후 수익으로 이어질 ‘빅딜’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국내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공장 완공 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과 선수주 계약을 체결해 가동과 동시에 ‘풀가동’ 시스템을 갖추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직 상업화 단계의 대형 수주를 확정 짓지 못해 가동 초기 '물량 공백' 상황과 마주할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받고 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처음부터 확실한 물량을 확보해놓고 공장 가동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설립 초 임상 후보물질 생산을 통해 상업화까지 계약을 이어가면서 생산 실적을 쌓았다. 이런 역사가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공장을 모두 짓기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이른바 '선수주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수주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시러큐스 공장 인력과 기술을 송도1공장에 접목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도 초기 생산 공백 우려를 메우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수주 공백이 길어진다면 그룹 차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유열 대표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주사와 계열사의 자금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지주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자생 능력을 서둘러 키우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진)는 현재 각종 바이오 투자 행사에 참석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신 대표는 롯데그룹에 합류한 이후 그동안 초고속 승진과 역할 확대로 입지를 넓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오너경영인이라는 명분을 확실하게 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대표는 2022년 12월 실시된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고 1년 뒤인 2023년 말에는 전무에 올랐다. 2024년 말에는 부사장 타이틀까지 거머쥔 이후 2025년 연말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올랐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신 대표가 롯데그룹의 차세대 먹거리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어갈 오너3세라는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신 대표는 해외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모두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공장 3개를 건설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뒀다. 1공장의 성패는 후속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과 직결된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자금 지원에 대한 부담도 한층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상업화 물량을 조기에 확보해 자생력을 입증한다면 신 대표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서 임상과 공정개발 등 단계를 지원하고 이것이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 때 동일한 품질이 보장되는 대규모 생산 시설인 송도 바이오 캠퍼스로 연계하는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