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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컨트롤타워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더 힘 싣는다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18-10-23 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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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8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태원</a>, SK그룹 컨트롤타워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더 힘 싣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전문경영인의 집단 지성체제'. SK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일컫는 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사나 참모조직을 통해 그룹의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신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 등 대기업집단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조직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SK그룹의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재계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수펙스(SUPEX)는 'SUPER Excellent'의 약자로 최고를 추구한다는 SK그룹의 경영철학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전략,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기술(ICT), 글로벌 성장, 커뮤니케이션, 인재육성, 사회공헌 등 7개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는 최태원 회장이 수감된 경영 공백기에 비상경영 의사결정기구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반적으로 그룹의 지주사가 맡는 역할 대부분을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넘겼다.

지주사가 그룹의 모든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대신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와 같은 전문경영인이 자율적으로 사안을 판단한 뒤 이를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다른 전문경영인과 조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의 위원장은 각 분야의 주요 CEO들이 맡고 있다. 지주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그룹 전체가 공유해야 할 경영전략을 계열사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SK그룹 지주사인 SK는 경영실적 평가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넘기고 투자전문회사로서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CEO세미나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는 가장 좋은 지배구조”라고 말했는데 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집단 경영체제가 지주사의 일방적 의사결정보다 합리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삼성전자의 옛 미래전략실과도 구분된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그룹의 중요 의사결정을 담당할 컨트롤타워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큰 문제점은 미래전략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결정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없이 경영이 될 수 없다.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였을 뿐 그룹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며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봤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법인이 아닌 만큼 명확한 법적 조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로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CEO들이 각 분야에서 책임을 지고 그룹 전체의 문제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결정한 사안은 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책임지는 구조다.

조 의장은 지주사 SK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위치에 있다. 또 수펙스협의회에서 결정되는 안건은 모두 기록으로 남아 책임 소재를 묻는 데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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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

SK그룹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율기구로써 각 계열사의 결정이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을 때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오너가 모든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의 집단 지성체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제 수펙스추구협의회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초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 7명 가운데 4명의 위원장의 보직을 변경했다. 이는 역할 교체를 통해 위원장 사이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각 위원장이 더 종합적으로 그룹 현안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5명의 임원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으로 추가 배치하고 5월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 개발 담당 부사장에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등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사실상 전문경영인의 협의체로 다른 그룹의 컨트롤타워와 차이가 있다”며 “책임 소재와 전문성을 강화한 컨트롤타워라는 측면에서 다른 그룹도 참고할 만한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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