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그동안 기업은행이 보유하던 KT&G 주식 전량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 6.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권 행장은 KT&G 주식을 매각해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추가로 마련하려고 한다. 대량의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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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기업은행은 KT&G 지분 6.93%를 모두 매각한다고 27일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지분 매각시기와 방법은 나중에 결정할 것이며 처분금액도 매각이 시행될 때 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지원규모를 확대하면서 대출재원을 늘리기 위해 KT&G 주식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KT&G 주식을 모두 처분할 경우 27일 종가 8만 원 기준으로 7608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권 행장은 최근 “지난해 STX그룹 등의 구조조정과 국내외 경기침체로 대기업의 부실이 커졌다”며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한 시장확대 규제까지 고려하면 중소기업 대출이 은행 자금운용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지원자금으로 41조5천억 원을 책정했다. 2014년보다 1조5천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KT&G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경우 자금의 상당부분을 자체조달할 수 있다.
권 행장은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KT&G 주식매각으로 올릴 수 있다. 권 행장은 최근 중소기업대출은 리스크가 높은 만큼 자기자본을 확충해 안정적 기업경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주식이나 대출금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12.39%를 기록했다. 국내은행의 평균 비율 13.89%보다 낮다.
국내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의 규제에 따라 2019년까지 이 비율을 15.5%까지 올려야 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정부를 대상으로 4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는 등 꾸준히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왔다.
기업은행이 KT&G 주식을 매각할 경우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약 0.05%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의 경우 2018년부터 다른 위험가중자산보다 3배 높은 가중치를 적용받아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4천억 원 규모의 사모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기로 26일 결정했다. 코코본드는 특정상황에서 원리금이 주식으로 자동전환되거나 아예 찾지 못하는 후순위채권으로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기업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에게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아 현재까지 보유했다. 기업은행이 지분을 분산매각할 경우 KT&G의 최대주주는 5.49%를 보유한 외국계 자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로 바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