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 예비입찰에 입찰제안서를 내고 현재 본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미니스톱 본입찰은 올해 11월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회사인데 롯데지주가 지분을 80% 가까이 보유하며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롯데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688억 원에 그친다. 매물인 한국 미니스톱 지분의 인수가격은 약 3천억~4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망되는데 코리아세븐 단독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 인수전에 존재감을 보이는 것을 놓고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올해 5월 발간된 코리아세븐 사사 ‘가깝고 편리한 행복충전소, 30년 이야기’의 기념사에서 “세븐일레븐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쇼핑, 금융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종합 생활 스테이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세븐일레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옴니채널의 핵심 거점으로서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옴니채널은 신 회장이 2014년부터 강조해왔던 사업방향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인데 신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옴니채널 추진은 성장을 지속하는 데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8월 말 기준으로 점포 수가 9500여 개로 전국 곳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이런 입지적 위치를 활용해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4년부터 롯데홈쇼핑의 반품 대행 서비스도 진행해왔다.
미니스톱 점포 수는 8월 말 기준으로 2500개 정도다.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을 품는다면 점포 수가 단숨에 1만2천여 개를 훌쩍 넘기며 업계 2위인 GS리테일의 GS25와 비슷한 규모의 점포를 거느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븐일레븐은 신 회장이 힘 실어 추진하는 옴니채널로서 기능도 한결 더 강화하는 효과도 보게 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옴니채널을 구축하려면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물류창고 역할을 수행하며 배송지가 돼야 하기때문에 소비자와 접점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핵심”이라며 “편의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접점을 만들기에 최적의 유통업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이마트24가 영업손실을 보는데도 이마트가 편의점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놓고 소비자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관계자도 “편의점이 작은 단위로 전국에 촘촘히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물류 터미널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가맹점들로부터 매출이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가기 때문에 가맹점 수 확대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미니스톱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 세븐일레븐 등은 현재 과도한 출점으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반발에 부딪히자 근접점포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자율 규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규약이 현실화하면 신규 점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코리아세븐이 편의점 수를 늘리는 데 미니스톱을 끌어안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롯데그룹은 미니스톱의 간판을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데에는 별다른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편의점 간판을 바꿔다는 데 점포 상황이나 점주들의 개인적 기호에 따라 반발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롯데그룹이 대기업인 데다 상호 발전을 위한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으므로 2010년 코리아세븐이 바이더웨이를 인수해 간판을 바꾸는 것을 반겼던 점주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2010년 편의점회사 바이더웨이를 인수했는데 인수한 지 8년이 지난 2017년 말까지도 바이더웨이 편의점이 200여 곳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코리아세븐이 바이더웨이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 편의점 수에 비춰보면 바이더웨이 점포 수가 많은 게 아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간판을 바꿔다는 점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