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0-04 16:16:28
확대축소
공유하기
대우조선해양이 사활을 건 로즈뱅크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발주처 변경이라는 대형 변수가 생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는데 승부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4일 업계에 따르면 에퀴노르가 최근 로즈뱅크 지분을 사들인 것이 대우조선해양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는 최근 미국 셰브론이 들고있던 로즈뱅크 프로젝트의 지분 40%를 전부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 사업에 쓰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의 발주 일정에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 암로(Amro)의 타이즈 버켈더(Thijs Berkelder) 연구원은 “이번 인수에 따라 로즈뱅크 수주전이 셈코프마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게 됐다”며 “지난해 에퀴노르가 셈코프마린에 요한 카스트버그 해양설비의 건조를 맡긴 만큼 로즈뱅크 해양설비도 같은 야드에 발주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켈더 연구원은 “대형 에너지회사들은 주식시장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프로젝트들을 비용 측면에서 최적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에퀴노르는 셰브론보다 프로젝트 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은 로즈뱅크 수주전에서 우위를 가늠하기 힘든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이력은 더 많지만 가격 경쟁력은 셈코르마린이 앞선다.
더욱이 셈코프마린은 대형 해양설비시장에서 이제 막 진입을 노리는 단계다. 무엇보다 수주 이력을 쌓는게 중요하다 보니 저가 입찰에도 거침이 없다.
지난해 요한 카스트버그 수주전만 봐도 대우조선해양은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국내 조선업계에서 눈총을 샀는데 셈코프마린은 이보다도 1억 달러 이상 낮은 가격을 적어 냈다.
싱가포르 투자사인 CGS-CIMB는 “싱가포르 조선사보다 한국 조선사 인건비가 15~20%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셈코프마린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즈뱅크 유전이 있는 북해 지역에서는 셈코프마린이 시추선 건조 경험 등도 더 많다"고 분석했다.
반면 요한 카스트버그 수주전에서 에퀴노르가 해양설비 건조 경험이 부족한 셈프코마린을 선택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 경쟁력을 얕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샘코프마린은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소형 프로젝트만 많이 해봤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존재한다"며 "나중에 '체인지 오더'(추가 공사대금 보전)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딱히 가격이 싼 것도 아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설비 건조를 위한 자금 조달 여건도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덕분에 대금의 대부분을 인도시점에 받는 헤비 테일(Heavy Tail)방식의 계약을 할 여력이 있지만 셈코프마린은 공정 진행률에 따라 대금을 건네는 프로그레스 페이먼트(progress payment) 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셈코프마린이 이번에는 무리한 저가 공세를 감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베세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요한 카스터버그 수주전 때는 셈코프마린이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건조하는 게 처음이라서 비용을 과소 평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에퀴노르의 이번 지분 인수로 수주전 일정은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아직 셰브론 등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어 향후 진행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