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내년에도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한 반도체기업들의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적자를 볼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어 대응 전략이 더 절실하다.
3일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인용한 시장 조사기관 트레피스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올해 24%, 내년에 연간 23%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낸드플래시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64단 3D낸드 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피스는 "낸드플래시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반도체기업들은 생산 원가를 낮춰 경쟁사보다 우위를 확보하는 일을 필수 과제로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3D낸드로 공정 전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낸드플래시 원가 절감에 고전하고 있어 반도체업황 악화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트레피스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시설의 약 75%가 이미 3D낸드 공정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3D낸드 비중은 약 60%로 업계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내년에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의 영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증권사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부문에서 내년 3분기에 영업손실 210억 원, 4분기 영업손실 780억 원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부터 낸드플래시부문에서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해 2019년 연간으로 적자폭 4360억 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거의 모든 실적을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대에 꾸준한 투자를 벌여 왔다.
하지만 최소한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의 타격을 극복하지 못하다면 이런 노력이 자칫 성과로 연결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4일 준공식을 앞둔 청주 M15공장을 낸드플래시 위주로 운영해 3D낸드의 생산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 공장이 가동되면 양산 안정화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가동비 부담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곧바로 실적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적자 위기를 벗어나려면 낸드플래시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공정 개발과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낸드플래시. |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반도체포럼에서 '4D낸드'로 이름 붙인 96단과 128단 이상의 3D낸드 개발 계획을 내놓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M15공장이 계획대로 연말부터 가동을 시작하면 현재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앞세우는 72단 3D낸드의 생산 비중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72단 3D낸드는 주로 서버용 SSD와 같은 고수익성 제품에 탑재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의 영향을 방어하고 수익성을 지켜내는 데 더욱 힘을 실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세계 낸드플래시 경쟁업체들도 차세대 3D낸드 공정 도입과 투자 확대에 공격적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당분간 치열한 '속도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도시바메모리 등 낸드플래시 상위업체는 최근 64단 공정보다 원가 절감에 효과적인 96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도 양산 목표를 내년으로 잡아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