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10-01 15: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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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카드사에 카드 수수료를 낮추라는 ‘채찍’과 동시에 신사업을 허용해 주는 ‘당근’을 내밀고 있다.
다만 화물운송대금시장과 해외송금시장 등 카드사에 새롭게 허용되고 있는 사업들의 수익성이 높지 않은 영역인 만큼 카드사들의 불만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에게 지난해 9월 화물운송대금의 카드결제를 허용한 데 이어 올해 9월 소액 해외송금 업무도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에게 지난해 9월 화물운송대금의 카드 결제를 허용한 데 이어 올해 9월 소액 해외송금 업무도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들에 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영업영역을 넓혀줘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드사에 신규 업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영세·중소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를 시원하게 없애는 빅딜(big deal)을 하자”고 말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저희도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의무 수납제 폐지 등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카드사뿐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 카드사 등이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사업영역 칸막이를 없애 카드사들의 숨통을 틔어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카드 수수료 인하가 카드사의 본업인 카드 결제 업무의 수익성에 바로 타격을 주는 악재가 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들이 카드업계를 달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화물운송대금 카드 결제가 허용된 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이 잇달아 뛰어들었지만 화물 운송대금시장은 사용량이 꾸준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입비나 연회비가 없어서 수익성이 낮은 구조다.
따로 마케팅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버리기에는 아까운 시장이지만 큰 수익이나 미래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카드사들은 현재 은행들과 위탁계약을 맺고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금융위는 내년부터 카드사들이 직접 해외송금업을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 해외송금시장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뒤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해외 송금망 등 인프라 구축비용 등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이 새롭게 뛰어들어 수익을 거두기엔 만만치 않다.
카드사들은 수익보다는 잠재적 고객 및 시장 확보 차원에서 직접 해외송금업을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카드사에 신용평가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이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업은 이미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3개 회사가 과점체제를 굳건히 갖춘 시장인 만큼 카드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주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을 키워온 만큼 기업 평가 업무에서는 기존 신용평가회사에게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카드사들이 중점적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은 개인정보 규제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도록 가공한 비식별정보는 활용할 수 있지만 비식별정보 활용 범위를 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카드업계의 빅데이터산업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고객신용정보보호법 등 여러 법으로 규제가 퍼져있어 카드사들이 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카드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건의 사항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몇몇 신사업을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만큼 이에 맞춰 내부적으로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대부분 기존 핵심사업을 대체할 만한 사업영역이 아닌 데다 새로운 빅데이터분야 역시 당장 수익성이 가시화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에도 발목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