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KT렌탈 매각이 막판 혼선을 빚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여겨지던 SK네트웍스가 가격부담을 이유로 2차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KT렌탈 노조 역시 지금과 같은 매각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SK네트웍스 2차 본입찰 불참
16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이날 진행된 KT렌탈 인수전 2차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1차 본입찰 마감 당시 6곳이었던 인수후보는 이제 3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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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렌탈 인수전은 1차 본입찰을 마감했을 때만 해도 흥행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KT와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가격을 비싸게 받기 위해 매각방식을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 매각방식)로 바꾸고 2차 본입찰을 강행하면서 여러 기업이 인수를 포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차 본입찰에 참여했던 6곳의 인수후보 가운데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 등 4곳을 대상으로 프로그래시브딜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본입찰 때 7천~8500억 원에서 형성됐던 매각가격은 9천억 원대로 높아졌다.
KT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차 본입찰을 진행했다. 16일 오전까지 최종가격을 써내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SK네트웍스가 이런 방식에 불만을 보이며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이자 인수가 성공한다 해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본입찰 당시 8천억 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뒤 추가협상 과정에서 인수금액을 9천억 원대 초중반 수준까지 올렸다. 인수 뒤 시너지까지 감안해 9천억 원 이상으로 올렸지만 KT가 더 올릴 것을 요구하자 2차 본입찰에 불참했다.
아직 SK네트웍스가 인수의사를 철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후보에서 제외할 지에 대한 최종판단은 KT와 크레디트스위스에 달려있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현재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자금력도 갖췄고 인수의지도 분명했다. KT렌탈 임직원 역시 내부적으로 SK네트웍스를 가장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본입찰은 일단 한국타이어-오릭서 컨소시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등 가장 약한 후보로 평가됐지만 막판 복병으로 떠올랐다.
◆ 매각가격 올리려 무리수 둔다는 지적도
예정에 없던 2차 본입찰이 이뤄진 것은 최대한 매각가격을 올리려는 KT와 수수료를 더 챙기려는 크레디트스위스의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황창규 회장이 KT렌탈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구조조정 성과를 거두기 위해 무리해서 가격을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 회장이 비주력사업을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KT렌탈 매각을 결정했지만 KT렌탈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번 인수전에서 인센티브방식으로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가 높아지면 수수료도 늘어나는 방식이다.
KT렌탈 노조도 KT의 매각과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T렌탈 노조의 한 관계자는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앞으로 구조조정 등의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KT렌탈 노조는 단기적 성과를 내려는 재무적투자자가 KT렌탈을 인수하는 데 대해 반대의사를 KT에 전달했다. 구조조정 등 회사와 사내 구성원에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또 한국타이어의 인수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산재사고를 숨긴 데다 노사관계가 완만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 6천억~7천억 원 수준이었던 예상가격은 1조 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1조 원으로 새로운 렌터카 업체를 하나 차릴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