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5G 통신장비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서 삼성전자가 5G 시대에도 국내 통신장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아직 통신장비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KT도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통3사의 5G 장비 선정은 LTE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점유율이 2017년 기준 3%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5G 시대에는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화웨이 장비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뺏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 장비가 국내 1, 2위 이통사에 채택되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국내 입지는 5G에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5G 통신장비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미국 2위 통신사 AT&T의 5G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 4위 스프린트에도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미국 전역에 5G 장비를 깔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기 사장은 2021년까지 세계 5G 통신장비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삼성전자가 초반 5G 장비 수주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노리는 국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크다.
게다가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는 더 커지고 있다. 화웨이 장비는 현재 미국과 호주에 이어 일본과 인도의 5G 통신장비시장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5G에 관한 야망은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힘을 얻고 있다”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공격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며 경쟁사와 미국 항공사의 엔지니어, 고위 프로젝트 매니저를 흡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 전장부품, 기타 가전제품 등 5G 상용화에 쓰이는 다양한 제품을 기반으로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와 단말기를 비롯해 5G 장비 전반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를 통해 5G 생태계 구축에서 삼성전자가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솔루션 안내.
‘5G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 공식 뉴스룸을 통해 “LTE처럼 네트워크 범위를 넓히고 통신망의 성능을 높이는 게 통신사업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단순 연결을 넘어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자동화,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실현하고 5G에 걸맞는 신개념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삼성전자 5G 전략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윌 타운센드 MI&S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중공업, 헤드셋, 기타 소비자 전자제품 등 5G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며 “통신 서비스, 네트워크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잠자는 거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