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9-04 16: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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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1020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0(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5G 시대의 주역들을 선점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겠다는 것인데 SK텔레콤은 과거의 신세대 전용 브랜드 ‘TTL’과 같은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은 최근 만 24세 이하만이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 ‘0 플랜’을 내놓은 데 이어 10~20대가 받을 수 있는 6개의 혜택을 4일 선보였다.
6개의 혜택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대를 겨냥한 데이터 지원이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중고등학생이 게임, 카메라, 커뮤니티, 음악분야의 15개 애플리케이션을 데이터 소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이용률이 높은 인기 앱을 선별해 데이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에도 고객이 원한다면 데이터를 지원하는 앱을 더욱 확대해 즐거운 서비스 이용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신세대를 위한 이동전화 브랜드를 출시하며 대대적 홍보에 나선 것은 TTL 이후 19년 만이다.
SK텔레콤이 1999년 출시한 신세대 전용 브랜드 TTL은 당시 무료로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TTL존’ 등으로 젊은층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SK텔레콤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텔레콤이 현재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바탕에 TTL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이 19년 만에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10대에서 20대 고객들은 휴대폰으로 게임, 동영상 등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데이터 소비량이 다른 세대보다 평균 1.7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데이터 소비량이 증가하면 이는 데이터 추가 구매나 고가 요금제 가입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SK텔레콤은 통신비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매출이 2017년 2분기보다 4.4% 감소했는데 영업이익은 18% 줄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도 정체돼 있어 기존 가입자들을 고가 요금제로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장기적 충성고객을 확보해 5G 시대의 주역을 선점하겠다는 측면도 있다.
▲ 손인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지원그룹 프로젝트리더가 4일 1020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0'의 혜택을 설명하고 있다.
손인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지원그룹 프로젝트리더는 “과거 TTL을 이용했던 3040세대가 느꼈던 예전의 긍정적 경험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0 브랜드의 출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0이 TTL처럼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SK텔레콤이 1999년 TTL을 출시할 때는 아직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고객이 많아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입 고객이 적고 번호이동도 줄어든 환경에서는 예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TTL 브랜드 출시 뒤 4개월 만에 85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으며 기존에 20%를 밑돌던 18~23세 고객 점유율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TL이 세상에 없던 가치를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0은 이 시대의 1020세대에 필요한 가치에 중점을 뒀다”며 “TTL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