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동남아시아 보험시장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국내 보험산업의 미래방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이 고령사회를 맞이하면서 보험금을 받을 세대가 늘고 있지만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며 “젊은층이 많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를 찾아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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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생명보험업계는 주요 보험수혜자가 노인층이기 때문에 고령화에 특히 민감한 산업이다. 국내 보험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 4081만 명으로 한국의 총인구 5114만 명의 80%에 이르러 시장이 포화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은 2013년에 당기순이익 3조5851억 원을 냈다. 2010년 5조5509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2014년에는 3분기까지 순이익 3조793억 원을 내 실적을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삼성생명의 삼성물산 지분매각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위기를 해결하려 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2만5327명이다. 2013년 같은 시기보다 9%가 줄었다.
신 회장은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다시 성장세를 되찾으려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이 빠르게 자라고 있으며 보험산업의 역사가 짧아 시장을 선점한 세력이 없는 동남아시아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생명보험시장 규모가 2003년 4310억 원에서 2012년 9534억 원으로 늘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2010년 이후 생명보험시장 규모가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쟁자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미 동남아시아 보험시장에 먼저 진출한 상태다. 한화생명은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2013년 인도네시아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생명은 1997년 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동남아시아에서 아직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한화생명이 베트남 생명보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최고기록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동남아시아 법인은 모두 적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기 쉬우며 현지화를 제대로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동남아시아에 진출한다면 그 나라의 보험정책과 판매채널 등을 확실하게 분석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