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의 상고심 재판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
양심이나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법적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의 상고심 재판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입영 대상자의 신념이나 종교 등 주관적 사유로 병역을 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법과 병역 체계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김 부장은 "정당한 사유란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객관적 사유로 한정돼야 한다"며 "만약 주관적 사유가 인정된다면 국가가 결국 개인의 양심이나 신념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며 자칫 병역 기피를 위한 '만능 조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을 변호하는 오두진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한 것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고 봤다.
특히 오 변호사는 “병역 거부자와 병역 기피자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은 군과 무관한 대체복무가 도입된다면 무죄 선고를 받아도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논박을 들은 대법관들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을 검찰과 피고인 측에 물었다.
박상옥 대법관은 "군에 입영하는 젊은이는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받고 많은 기본권이 제한된다"며 "그런데도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신념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해석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고 물었다.
조희대 대법관도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등 안보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병역 거부를 인정하게 된다면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를 국가가 우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재형 대법관은 "우리 형사법은 '정당한 사유'라는 조건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빈번하게 규정한다"며 "주관적 사유가 아닌 객관적 사유만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김선수 대법관도 "정당한 사유와 객관적 사유의 구분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재연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하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객관적이고 실증적 연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2018년 6월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법원에게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란다"는 뜻을 내놔 이번 대법원의 공개변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정부에 2019년 12월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했다. 정부는 교도소, 소방서에서 27개월 또는 36개월 동안 대체복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