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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베트남 응우엔 떤 중 총리를 부산에서 면담했다고 12월12일 밝혔다. |
온실가스가 기업의 수익원이 되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보다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할당량보다 초과 배출한 기업에게 잉여분만큼 팔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휴켐스가 주목받고 있다. 휴켐스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을 통해 매년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고 있다. 휴켐스는 유럽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한 경험도 있다.
휴켐스는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배출권 판매에 따른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휴켐스, 탄소배출권 거래로 수익창출
9일 업계에 따르면 휴켐스는 지난달 28일 환경부가 실시한 ‘청정개발체제’(CDM)사업 심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기술이 있는 선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확보한 배출권을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을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라 부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켐스가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켐스가 2007년 UN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인증받은 데다 유럽 배출권시장에서 거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휴켐스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내 배출권시장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켐스는 여수 희질산 공장 5곳의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매년 240만 톤 감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휴켐스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이 양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휴켐스는 작년 11월 거래중개업체인 에코아이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1기 시행기간인 2018년까지 매년 50만 톤씩 모두 150만 톤의 배출권 판매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배출권 판매에 나섰다.
휴켐스는 국내시장 진출에 앞서 2007년부터 유럽 배출권시장에서 거래 경험을 쌓았다. 휴컴스는 2007년 18억 원을 번 것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약 50억 원의 배출권 판매수익을 얻었다.
휴켐스는 유럽경제의 불경기 여파로 배출권 거래가 40% 아래로 떨어진 2013년과 2014년 배출권 판매사업을 잠시 중단했다. 대신 이 기간 동안 획득한 배출권 200만 톤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면서 휴켐스가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흥국증권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1기인 2018년까지 휴켐스가 매년 7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국내 배출권시장에서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국내 배출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1만 원으로 가정하면 휴켐스가 2018년까지 최대 350억 원의 수익을 배출권 판매로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 휴켐스 배출권 획득의 핵심 ‘청정개발체제’
휴켐스가 벌이고 있는 배출권 거래사업을 간단히 요약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한 만큼 배출권을 획득해 이를 배출권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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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성 휴켐스 대표 |
휴켐스는 2007년부터 오스트리아기업인 카본과 함께 배출권 거래사업에 뛰어들었다. 카본이 시설투자비 115억 원과 연간 운영비 10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기술을 휴켐스에 넘겨주는 대신 2012년까지 매년 발생하는 수익의 88%를 차지하는 조건이었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기술이 있는 선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그만큼 확보한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을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라 일컫는다.
한국은 1997년 교토 의정서가 체결될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휴켐스는 카본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올 수 있었다.
휴켐스는 청정개발체제 사업초기인 2007년 카본의 기술에 의지해 여수 희질산 공장 3기에 아산화질소 감축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기술자립을 통해 2013년 같은 곳에 위치한 신설공장에 휴켐스의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휴켐스가 청정개발사업을 통해 한발 앞서 온실가스 감축기술과 탄소배출권 거래 경험을 쌓은 것으로 평가한다.
2020년부터 교토 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환경규제 체제가 시작되면 한국도 선진국 수준의 환경규제를 적용받을 것이 확실한 상황인 데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휴켐스는 카본으로부터 이전받은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휴켐스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에 여수 희질산 공장과 마찬가지로 연간 40만 톤 생산이 가능한 질산공장을 짓기로 현지 주 정부와 협의했다.
◆ 휴켐스, 민영화 성공의 대표적 사례
휴켐스는 암모니아에서 추출한 질산에 툴루엔, 벤젠, 암모니아 등을 첨가하여 디나이트로톨루엔(DNT), 모노니트로벤젠(MNB), 초안, 질산 등의 정밀화학 분야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질산 공장규모는 세계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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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켐스 희질산 공장 |
휴켐스가 생산한 제품은 주로 합성섬유, 페인트, 화약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휴켐스는 2002년 남해화학에서 기업분할한 뒤 대주주가 농협인 공기업이었지만 2006년에 태광실업과 박연차 회장이 인수해 태광실업의 자회사가 됐다.
휴켐스는 2006년부터 세계 질산공장 가운데 3번째로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4개 질산 공장에 아산화질소 감축설비를 갖추고 온실가스를 감축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고 있다.
휴켐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잠정 매출 7166억 원, 잠정 영업이익 527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11.5% 줄었다.
휴켐스는 “주력제품인 니나이트로톨루엔 가동률이 석유화학업황 침체 때문에 감소해 실적이 줄었다”며 “올해는 가동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켐스는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연간 50만 톤씩 3년 동안 판매하기로 되어 있고 예전부터 쌓아놓은 잉여 배출권도 매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휴켐스는 2013년 민영화 6년 만에 기업혁신 대통령상을 받아 민영화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