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출하량을 늘려 공급 과잉을 유도하기보다 낸드플래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반도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려 할 것이으로 전망됐다.
D램의 실적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영업이익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삼성전자가 D램시장에서 업황 악화를 주도해 경쟁사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낮다"며 "경쟁사와 수익성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D램 생산 투자를 늘려 출하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국내외 증권사와 시장 조사기관을 중심으로 계속 나왔다.
D램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나빠지면 삼성전자보다 원가 절감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더 큰 피해를 받아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 공급 과잉을 이끈 뒤 긍정적 효과를 볼 가능성이 낮다고 바라봤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과거 업황 악화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반도체시장에서 위상을 높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삼성전자가 D램 투자를 오히려 축소해 안정적 수익성을 지켜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부문에서 부진한 수익성을 내고 있는 점도 안정적 실적 기반으로 자리잡은 D램의 사업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지목됐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지속하면서 낸드플래시에서 반도체 경쟁사와 차별화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는 상대적으로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앞선 92단 3D낸드 공정의 양산을 시작했다. 낸드플래시 경쟁사들의 최신 공정인 64단 또는 72단 공정보다 반도체 원가 절감에 유리한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서는 D램과 달리 경쟁사와 확실한 기술 격차를 확보한 만큼 92단 3D낸드 중심으로 생산 투자를 확대해 강력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D낸드 중심으로 다른 반도체기업과 경쟁을 유도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하드디스크를 SSD로 전환하는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낸드플래시사업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D램 업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낸드플래시에서 경쟁사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쪽으로 전략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낸드플래시가 아닌 D램에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 연구원은 "D램 가격은 2019년에 약 11%의 하락폭을 보이겠지만 전체 출하량은 21% 증가할 것"이라며 "D램 업체들의 내년 수익성은 올해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