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이 중단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두 은행의 통합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하나금융은 6월30일까지 통합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협상의 칼자루는 이제 외환은행 노조가 쥔 꼴이 돼 버렸다. 김정태 회장이 통합을 추진하려면 노조와 협상에 온힘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김 회장은 두 은행을 통합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하려 했기 때문에 두 은행의 통합중단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 하나금융, 하나-외환은행 통합중단 쇼크에 빠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에 냈던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승인신청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법원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협의를 주문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노사간 합의가 더욱 진정성이 있도록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작업이 중단된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하나금융은 5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3만35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일보다 4.86%나 떨어졌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절차 중단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합병하기 힘들게 됐다”며 “통합이 지연되면서 하나금융에 대한 투자심리가 떨어지고 영업력 회복과 시너지 창출 효과도 더 늦게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법원에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시스템과 부서통합에 대한 사전준비작업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IT통합의 경우 법원의 가처분신청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나금융은 통합을 대비해 비워 놓았던 하나은행 은행장도 곧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장 직무대행인 김병호 부행장이 하나은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도 노사합의에 따른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협상은 외환은행 노조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느긋한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법원이 내린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투쟁은 조금 더 논의해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 결정에 발목잡힌 김정태의 연임가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법원이 가처분결정을 내린 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합 행정절차가 늦춰졌을 뿐”이라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법원이 2.17 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일부 인정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2012년 맺은 협약으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그동안 두 은행이 빨리 하나로 합쳐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조기통합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법원은 김 회장이 내세웠던 조기통합 명분보다 2.17 합의서를 더욱 중시했다.
법원은 가처분결정을 내리면서 2.17 합의서의 내용이 법이나 사회질서를 어기지 않는 이상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금 당장 합병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환은행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런 결정으로 김 회장이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상반기가 지나 다시 통합을 추진하려고 해도 외환은행 노조가 가처분신청을 또 낼 경우 이번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중단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한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에 통합될 경우 김 회장의 연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 과제를 계속 김정태 회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 협상을 통해 조기통합을 풀 수 있는 상황에서 통합중단이라는 법원의 결정을 낳게 만든 데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