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후보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미래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마지막 소명으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며 “낡은 진보가 아닌 ‘미래형 진보’, 낡은 보수가 아닌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개혁 통합정당이 바른미래당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6·13 지방선거 참패 뒤 당의 재건과 정계 개편을 위해 경륜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응답한 셈이다.
손 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올드 보이들의 귀환에 정계의 관심이 더욱 모이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5일 선출된 데 이어 이해찬 의원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손 후보는 ‘손학규 징크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계 복귀 등 중요한 순간마다 더 큰 이슈에 묻혀 가려져왔는데 이번에는 주변 상황에 덩달아 주목받으며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셋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겨뤘던 사이기도 하다. 굵직한 세 정치인이 비슷한 시기에 돌아오면서 새로운 균형의 협치를 만들어낼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손 후보 출마를 놓고 “손학규 개인으로서는 의미가 없지만 이해찬, 정동영과 연계성에 주목할만하다”고 분석했다.
손 후보는 “2012년에는 당시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을 통합해 오늘의 더불어민주당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을 살리고 뿌리를 내려 앞으로 전개될 정치 개혁과 정계 개편의 중심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두 번의 당대표 경험에서 야당 통합을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시 한 번 오래된 카드를 꺼내들었다.
평소 주장해오던 ‘제7공화국 건설’과 ‘저녁이 있는 삶’을 재차 내놓은 것이다.
그는 “다당제에 맞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것이 협치의 제도화고 연립정부가 필요한 이유다. 제가 2016년 강진 만덕산에서 내려오면서 제안한 ‘7공화국 건설’이 바로 이것이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2000년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을 펴내 우리 정치 ‘제3의 길’을 모색했다”며 “새로운 정치를 통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안겨주겠다”고 덧붙였다.
출마 소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권, 당권 등 출마 선언이 잦았던 손 후보의 정치 이력을 상기하며 냉소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25년 정치인생에는 ‘유턴’과 ‘차선 변경’이 많았다. 빈번한 정계 은퇴 선언과 복귀, 당적 변경 등이 ‘정치인 손학규’의 가장 큰 약점이 됐다.
손 후보는 “‘이제 와서 무얼 하려 하느냐 무슨 욕심이냐’는 만류와 비아냥, 비난을 무릅쓰고 나왔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또 한국 정치의 개혁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8일과 9일 후보등록을 받고 9월2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선출한다. 후보자를 6명으로 추리는 예비경선은 11일에 진행된다.
손 후보는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제14대 경기 광명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제31대 경기도지사를 지낸 뒤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거쳐 2010년 민주당 대표에 올랐다. 2011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7년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2007년, 2012년, 2017년 세 차례 대선에 도전했지만 매번 패배해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