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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의 달러 약세가 초래할 세계는?

정의길 egil@hani.co.kr 2025-05-08 11: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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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의 달러 약세가 초래할 세계는?
▲ 달러 약화 현상이 초래할 전세계적 경제상황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미국 달러화와 환율 그래프를 겹친 이미지. <로이터 연합>
[비즈니스포스트] 7일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자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3원이나 하락한 1380.0원에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인 4월8일 달러당 148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2009년 2월에 달러당 1530원대까지 올랐던 이후로는 최고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3일을 기점으로 1300원대로 들어섰다. 짧게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길게는 2020년 12월부터 시작된 원화 약세 및 달러 강세 기조가 드디어 전환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의 환율 추이만을 가지고 3~5년 동안 진행된 원/달러 환율 추세가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른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현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13일 110에서 7일 현재 99.45로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 대확산이 본격화된 2021년 3월 초 92에서 장기적인 상승세였는데, 이제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특히 관세 등 통상정책이다. 달러 가치가 그의 취임 전후에 고점을 찍은 뒤 통상전쟁이 본격화된 4월 초순부터 낙하하기 시작한 데서 잘 드러난다. 달러뿐 아니라 미국 증시와 국채 역시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 증시 지수인 S&P 500은 지난 2월19일 6144로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가 4월2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와 함께 수직 낙하해 4982까지 떨어졌다. 7일 현재 5606까지 회복했으나, 최고점에서 10% 가까이 떨어져 있다. 미국 국채도 10년물 기준으로 지난 1달 동안 4.2%에서 4.5%로 올랐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및 통상정책이 빚을 교역감소와 경기침체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특히, 달러, 증시, 미국채가 모두가 트리플 약세를 빚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일면, 증시가 떨어지더라도 안전자산인 미국채나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대확산 때 달러는 올랐고, 미국채 역시 상승했다. 특히 이번에 미국채까지 폭락한 것은 트럼프가 상호관세 발동을 유예하게 한 결정적 이유였다. 달러, 증시, 미국채의 트리플 약세는 그만큼 트럼프의 관세 및 무역 정책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는 의미다.

특히 세계 경제를 피라고 할 수 있는 달러의 가치 하락이 주는 의미는 심각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을 의도하기 때문이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도 상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는 요즘 시중에 회자하는 '마라러고 협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인 스티븐 마이런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를 주장했다. 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미국에는 특권이 아니라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수요가 있고, 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해 미국의 수출경쟁력이 약화하고, 결국 미국의 산업이 공동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이미 1960년대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내놓은 '트리핀의 딜레마'로 정리된 바 있다. 마이런은 달러 약세를 위해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같은 것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외국이 소유한 미국채를 사실상 이자가 없는 100년 장기채로 강제로 전환하고, 단기채 보유에는 오히려 사용료를 받자는 제안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은 국내 산업 활성화와 미국의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폭력적인 금융시장 재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실제로 상상보다도 더 심한 관세 및 통상정책이 발표되자, 증시 달러 미국채가 트리플 약세를 보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달러로 상징되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대비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은 지난 2001년 73%에서 현재 58%로 떨어져 있다.

특히 달러는 지난 2017년 1분기 약 65%에서 2024년 4분기까지 7%포인트나 빠졌다. 달러 대신에 유로나 엔, 그리고 금을 챙겨왔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지난 3년 동안 매해 무려 1천 톤 상당의 금을 매집해, 140%나 보유고를 늘렸다.

각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를 위해 일하는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투자의 운용 책인 게리 스미스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트럼프의 관세 전쟁 전에도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앞으로 10년 동안 추가로 10%포인트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과소평가된 것이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 약세는 기본적으로 각국 중앙은행뿐 외국의 국부펀드나 대형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불신에 바탕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나오는 현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채 폭락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과 달러 지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미국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의 7%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 미국 연방예산 중 13%가 이자 비용, 즉 국채의 이자를 상환하는 비용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매일 26억 달러를 이자로 내고 있다.

트럼프가 고율 관세를 매기고, 심지어 미국채를 이자 없는 100년 장기채로 강제로 바꾸고, 채권 보유 비용까지 징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 수지 해결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현실은 지금 정반대로 가고 있다.

관세통상 전쟁으로 미국채 가격이 폭락함으로써 미국은 더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수지 문제을 안게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 4월10일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5조8천억 달러나 더 늘릴 수 있는 상원의 법안을 의결했다.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에 대응으로 실시한 감세, 그리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기부양 및 인프라 법을 모든 합친 것보다도 크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러가 표방하는 다극화 질서에 의해 거센 도전을 받았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은 손잡고 자국 통화로 교역하고, 달러를 대체하는 결제 시스템을 확대해갔다. 

또 미국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버텨내고, 오히려 다른 서방 선진국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브라질 등 글로벌사우스 국가가 미국 등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교역을 이어가 중-러가 표방하는 다극화 공간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통상 전쟁이 일으킨 달러, 증시, 미국채 트리플 약세는 달러의 위상을 더욱 위협할 소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아직은 달러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중국은 위안을 달러로 대체할 능력이나 의향도 없다. 위안은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2%에 불과해, 4년 전보다도 오히려 줄었다. 기축통화국에 필수적인 자본통제의 철폐에도 중국은 관심이 없다.

다만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금융시스템 강화하고 절연하는 데 관심이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각국 중앙은행들과 스왑라인을 수립하고 있고,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해외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고 자신들만의 해외결제시스템을 만들어 러시아 등과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위안을 달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방의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배제된 국가들에 대안을 제공하는 의미이다. 즉 중-러가 표방하는 다극화는 현재로서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블록화를 의미한다. 이는 현재 미국 자산들의 신뢰성 위기가 겹치면서 더 심화할 수 있다.

미국이 달러의 지위와 역할을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거나 약화한다면, 현재 중-러가 추진하는 다극화 질서와 공간과 맞물려 경쟁하는 통화 블록으로 구성된 세계로 바뀔 수가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 현재의 기조를 밀고 나간다면 그런 세상으로 바뀔지 모른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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