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일이 최근 있었다.
중국 왕양 부총리가 지난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의 핵심인사로 꼽히며 무역을 비롯한 관광, 농업, 대외 등 경제부문을 총괄하는 실세다.
국내 그룹의 총수들이 중국사업의 확대를 위한 협력을 얻기 위해 대거 왕 부총리를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왕 부총리와 각각 단독회동을 통해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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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그러나 주요 그룹 가운데 SK그룹만 빠졌다.
최태원 회장이 30일 수감생활 만 2년째를 맞았다. 최 회장은 역대 실형을 선고받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옥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자금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이제 형기의 절반을 채웠다.
SK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회장은 가석방 가능성이 무산된 뒤에도 평소대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가석방이나 특사를 통해 최 회장을 조기에 석방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역풍에 휩싸이며 이제는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SK그룹은 오너 부재에 따른 위기론을 확산시키며 최 회장의 복귀를 위해 온힘을 쏟았지만 현재는 희망의 불씨가 꺼진 상태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석방 등을 통해 최 회장이 풀려날 수 있도록 고위임원들이 나서 물밑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때 설 특별사면으로 최 회장이 풀려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특사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 특별사면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나 법무부에서 설 특별사면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또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혀 기업인을 포함한 특사와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설 특사가 무산되면 SK그룹이 상반기에 특사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은 3.1절이 유일하지만 이 또한 최태원 회장 석방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가 쉽지 않다.
물론 SK그룹은 최 회장이 특사가 아니더라도 가석방으로 풀려날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있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가석방을 위해 형기의 80%를 채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이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SK그룹의 순항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SK그룹 내부에서 오너 부재상황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불안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최대실적을 내는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무리없이 경영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부진은 정유산업 침체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부재한 지난 1년 동안 8개의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고 3개의 계열사를 정리했다. 또 SK네트웍스는 현재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대부분의 재벌그룹의 경우 시가총액이 줄고 있지만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22일 기준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