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8-01 18:15:03
확대축소
공유하기
삼성생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따라 내부거래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퇴직연금상품이나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준 일감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관련 사업의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봉의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등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분과 위원장들이 7월2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가 확정한 최종 보고서에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지분 요건을 강화하는 안이 권고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감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와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때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는 규제 목적을 비춰봤을 때 상장사와 비상장사 사이에 지분율 기준의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며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새 권고 기준에 따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분 20.7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0.06%를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약간 웃돈다.
삼성생명은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 않지만 내부거래 규모가 공정위 내부거래 가이드라인인 200억 원을 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2017년 기준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8467억2900만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공정위가 현재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들 가운데 삼성생명을 주목하며 내부거래 비중이 낮지만 내부거래 규모가 크다고 꼬집은 점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 사이에 있어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는 상장사들이 규제를 받고 있는 회사와 비교했을 때 내부거래의 비중은 작으나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2.9배~3.9배 큰 점을 지적하면서 삼성생명과 이마트를 예로 들었다.
삼성생명이 규제 대상에 오르면 삼성전자와 에스원, 삼성카드 등 계열사들에게 팔고 있는 퇴직연금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 일감 몰아주기는 국정감사의 단골 주제로 자주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데 특히 경쟁 입찰 없이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수의계약 형태의 내부거래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손해사정사 역시 최근 내부거래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과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도 제재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은 삼성생명이 지분율 99.78%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삼성생명으로부터 100%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올린 최종보고서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들어간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함께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생명이 총수의 지분율을 낮춰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는 시도를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섣불리 지분 변화를 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2%, 삼성중공업 지분 3.4%, 호텔신라 지분 7.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할 때 공정위의 내부거래 규제에 벗어나기 위해 삼성물산의 총수 지분을 30% 밑으로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삼성물산은 그냥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남았다.
삼성물산도 지배구조의 중심 역할을 하는 회사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약화는 쉽지 않은 일로 분석됐다. 오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 0.68%를 추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나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핵심 회사"라며 "그동안 대응한 것처럼 하나의 보험회사로 개별 사안에 국한했던 것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의 종합 청사진을 조속히 마련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