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건을 폭로한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 이후 병가 휴직계를 내고 칩거했다. 박 사무장은 거취 문제와 관련해 2월1일 정상출근을 할 것이며 ‘제2의 박창진’이 나오지 않도록 싸울 뜻도 내비쳤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30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2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재판부에 박 사무장의 거취와 관련해 답변을 해야 한다.
박 사무장은 오너의 답변과 관계없이 출근은 자신의 권리라고 밝혔다.
◆ 박창진, "부끄럽지 않은 선례 남기고 싶다“
박창진 사무장은 23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한항공에 계속 근무할 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리 오너라 하더라도 특별한 징계사유가 없이 출근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출근은)당연히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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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
박 사무장은 “어떤 힘에 의해, 혹은 권력에 의해, 혹은 재력에 의해서 소수자인 사람들의 권리나 인권은 강탈돼도 된다, 그리고 그런 (힘 센)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 혹은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라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에 여기에서 나 스스로 이를 방관한다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단이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주장한 항로변경과 허위진술 강요와 관련해 상반된 주장을 했다.
그는 “항로변경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어를 닫고 이륙 전까지 항공법위반이 안 된다는 잘못된 개념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며 항로변경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허위진술 강요는 분명히 있었다”며 변호인단이 거짓된 변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그는 “자존감을 타인에게 강탈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스스로 그 강탈을 당하는 행위를 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여론이 마치 나와 조 전 부사장의 싸움인 것처럼 몰고 있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을 어긴 부분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비난 여론, 작가 알랭 드 보통에도 불똥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30일 예정된 2차 공판에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에 계속 근무할지 관심”이라고 밝혀 박 사무장의 거취 문제도 양형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토부 조사에서 거짓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승무원 김모씨가 다음 공판에서 나와 어떤 증언을 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조 회장 외에 김씨를 직권으로 증인으로 불렀다.
박 사무장은 이에 앞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김씨에게 회사 측 요구대로 진술하면 교수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경우 대한항공의 청탁으로 조 전 부사장의 증언을 위증한 것으로 드러나면 위증죄에 해당해 최고 징역 5년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씨는 SBS 방송 당시 화면이 블라인드 처리됐지만 SNS 등을 통해 얼굴은 물론이고 신상 등이 공개됐다.대한항공 사건에 대한 여론이 그만큼 차갑다는 반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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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 |
최근 방한한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도 22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최근 땅콩회항 사건, 마카다미아 사건을 예로 들면 제가 읽은 서양 언론의 모든 기사들은 그(조현아)를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었다”며 “저는 기사들을 읽고 그(조현아)를 비극적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현아는 다시 일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수치스럽게 보내며 감옥에 갈 것”이라며 “그의 인생에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가인데 국내에도 '여행의 기술' 등 여러 권의 저서가 번역 출간돼 일정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이날 인터뷰 발언은 사람을 선악으로 평가해서 안 된다는 맥락에서 나왔지만 네티즌들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작가)보통이 ‘보통’이 통하지 않는 우리사회를 도통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