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GA) 영업을 강화해 매출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다만 높은 수수료 부담이 만만찮고 금융감독원에서 독립보험대리점 규제를 강화할 뜻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공격적 보험영업에 나선 결과 장기 인보험시장에서 삼성화재와 매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은 한 영업점에서 제휴한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파는 곳을 말한다. 인보험은 암보험과 운전자보험 등 사람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전체 장기보험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에 장기 인보험부문에서 초회보험료(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처음으로 납부한 보험료) 303억6천만 원을 거둬 삼성화재(343억4800만 원)를 바짝 뒤쫓고 있다.
3월 한 달만 보면 초회보험료 132억9700만 원을 올려 삼성화재(129억8400만 원)을 제치고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소비자에게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장기 인보험상품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7년 독립보험대리점에 수수료 1679억 원을 지급했는데 2015년(1118억 원)과 2016년(1115억 원)보다 50% 이상씩 늘어났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게 주는 시책(수수료 외의 성과급)도 2017년에 최대 400%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화재는 2017년에 독립보험대리점에서 따낸 보험상품 신계약 366만600건 가운데 20.9%(76만3787건)를 차지하면서 손해보험사 가운데 선두에 올랐다.
1월~3월에도 인보험 신계약보험료를 매달 평균 101억 원씩 거둬 2017년 같은 기간보다 75.4%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가 독립보험대리점에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한 데에 따른 사업비용 증가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은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에 순이익 631억 원을 올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8.9% 줄어들었다. 1년 동안 사업비 부담이 커져 사업비율도 21.7%에서 25.9%로 오른 영향을 받았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신계약 판매량의 증가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의 재원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비우량계약의 비중이 높으면 앞으로 유지기간과 보험금 청구금액 등에 따라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기준 지급여력(RBC)비율도 175.3%로 집계됐다. 2017년 같은 기간 188.1%보다 7.2%포인트 떨어졌고 보험업계의 일반적 권장비율인 200%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은 책임준비금과 비교해 회사가 실제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재무건전성 지표를 뜻한다.
메리츠화재는 6월에 메리츠금융지주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지만 자본을 확충한 뒤에도 지급여력비율 180%대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독립보험대리점시장의 경쟁 격화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을 줄이기 위해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메리츠화재의 향후 보험영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독립보험대리점의 자율 규제 기능이 보험회사 수준으로 강화되도록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비교공시제도의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7월 초부터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의 사업비 집행현황을 검사하면서 독립보험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시책 등을 살펴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