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11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조만간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예전에도 한국 스마트폰시장의 문을 몇차례 두드렸지만 여전히 합산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또 다시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 화웨이가 국내에 출시하는 첫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결정한 '노바라이트2' 이미지. |
샤오미는 16일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홍미노트5’를 출시한다.
KT와 SK텔레콤은 12일부터 홍미노트5의 사전예약도 실시한다. 샤오미가 한국 이동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 역시 9일 국내에 출시할 첫 자급제 스마트폰 모델을 중저가 스마트폰 ‘노바라이트2’로 확정하고 국가통합(KC)인증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8월에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급제 스마트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사듯이 온라인 판매사이트나 전자제품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다.
홍미노트5는 스마트폰 테두리를 없앤 5.99인치 대화면, 퀄컴의 스냅드래곤 636, 듀얼카메라를 탑재했다. 화웨이의 노바라이트2에는 화웨이가 자체 생산한 ‘기린659’ 옥타코어(Octa-Core) 프로세서가 탑재됐으며 후면 지문인식 센서, 800만 화소 카메라(전면)와 1300만, 2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후면)가 장착됐다.
두 제품 모두 준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예상 출고가는 매우 저렴하다.
샤오미의 홍미노트5의 중국 출고가는 1399위안(약 23만4천 원)이다. 국내 시장에서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20만 원대 후반에서 30만 원대 초반으로 출고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노바라이트2도 20만 원대에서 출고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직구를 이용해 샤오미와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두 회사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지닌 가격 경쟁력은 매우 높다.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스마트폰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그 동안 외산 스마트폰의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사후서비스(A/S) 문제도 해결을 장담하고 있다.
화웨이는 노바라이트2의 검증 통과 사실을 밝히면서 전국 66개 지점의 사후서비스센터에서 휴대폰 수리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샤오미 역시 국내에서 직접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가성비를 중시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는데다 국내 통신사들의 중국산 5G 장비 도입과 관련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 제품 기피 여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J6'의 출고가는 33만 원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의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6'의 가격 역시 39만6천 원으로 40만 원을 넘지 않는다. LG전자도 6월15일 출고가 49만5천 원의 'Q7' 모델을 출시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중국 스마트폰의 '저품질' 이미지가 아직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터라 중국 저가형 스마트폰의 공세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제품의 성능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 국내 스마트폰과 견줄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견해와 아직 국내 스마트폰을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5G 장비 논란으로 점화된 중국 제품 기피 여론도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가 5G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화웨이의 장비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제품 기피 여론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중국산 장비 사용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여러 차례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제품의 보안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국산 전자제품 전반을 향한 불신이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사후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편하게 이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약 200여 개다. 화웨이 서비스센터의 3배가 넘는 숫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이 국산 스마트폰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 중국산 스마트폰이 마니아를 중심으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살피면 한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